동창 이태영 작품 4/10/2020
물레방아 / 김영교
작은 텃밭 모임이었다. 한인타운 한 복판에서 보낸 작년 마지막 8월 주말은 특별했다. 9순 노모님을 모시고 사는 효자 동아리 멤버의 자기 집 작은 농장에의 초대였기 때문이다. 사업체 돌보랴 취미생활 서도하랴 참으로 건강하고 부지런한 회원이다. 틈을 내어 집을 조날꾸 팀 멤버들에게 오픈한다는 의미는 귀한 단합대회 차원이었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승용차 3대가 움직였다.
지난 한 해 동안 풋고추, 애호박, 호박잎, 도마도 오이등 무공해 채소며, 달걀, 대추, 감, 복숭아등 수없이 무공해 농산물을 공급받아왔다. 그 화창한 날씨에 환성을 터뜨리며 우리들은 설렘을 안고 그 현장에 달려갔었다. LA 도심 주택가 한 복판 에 자연 농장이 귀염성 있게 자리 잡고 있으리라고는 짐작이나 했겠는가! 백도 복숭아와 블랙 채리나무, 과실 빽빽한 감나무와 대추나무가 훤출하다. 그 아래 호박넝쿨, 오이, 포도, 도마도, 고추, 옥수수, 깻잎 등등 거기에 수석도 한 몫 끼어 자연 농장 축소판을 이루고 있었다. 닭장엔 암탉이 4마리, 진돗개가 3마리, 7,8년 정붙이 50마리 남짓한 각가지 잉어들, 홍고, 노고, 백고, 중고, 흑고등 골고루 종류대로 사이좋게 수련사이를 몰려다닌다. 절경은 물레방아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지붕 끝에는 풍경이 제구실을 하여 우리 귀가 산사에 온듯 행복해 했다. 아기자기 뒷정원 운치에 감탄하며 작은 연못 물을 돌리는 물래방아*에 흠뻑 빠져 들었다. 행복한 연못이 었다.
모두가 가족이었다. 모두가 음악이었다. 자연농법도 배우고 나무를 다듬어 파는 목각서예 강의도 들었다. 새들도 날아와 재잘댔다. 빨강 고추잠자리도 보았고 풍댕이 따라 붕붕 구름 없는 하늘에 따라 올라가 시야 가득 늦여름의 파아란 하늘에 안기기도 했다. 노모가 빚은 쑥 송편과 쑥떡, 선인장 쥬스에 뒤뜰 농장에서 나온 농작물로 꾸민 친환경 식탁은 인기 짱이었다. 모드 만끽했다. 좋은 주말시간, 싱싱한 상추쌈, 호박된장 찌개, 부추 부치게등 행복한 밥상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재료도, 우정도 모두 무공해, 친환경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망태 안에는 잔뜻 골고루 나누어 받은 농산물, 무공해 식량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오이, 호박, 깻잎, 풋고추, 계란, 나를 사로잡는 화분속의 바나바 쌍떡잎...암에 좋고 당뇨에 특효라는 약초! 우정을 다지고 문학을 논하고 지금은 건강에 신경 쓰는 나이, 속도에 취한 세상을 사는 우리가 되었다. 이렇게 주위에서 조차 면역성 낮은 내 건강을 챙겨주는 관심의 눈빛- 문학을 하는 이웃들이 있어 감사할수 밖에 없는 내 작은 가슴이다. 쉼에의 초대 주말 농장 나들이는 감동 그 자체였다.
나도향의 단편 물레방아*가 떠오른다. 나도향은 1920년대를 풍미한 우리나라 대표적 소설가다. 가난한 우리의 현실을 잘 묘사 그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젊은 작가였다. 그가 25세의 아까운 나이로 요절, 눈 감을 때까지 수없이 많은 작품을 남겼다. 몇해 전이다. 평창에 사는 친구 두이네 '허부나라'에 머물며 강원도 봉평 그 물레방아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지붕에 박이 영글고 있는 박넝쿨과 물떨어지는 소리며 천천히 돌아가던 촌 물래방아를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직접 찾았을 때 그 설렘의 진짜 새로운 맛은 훨씬 향내가 짙었다. 농촌역사를 추적추적 돌리는 물레방아 물줄기- 마을 앞 기슭을, 사계절의 변화를, 스치는 아늑한 자연을 배경으로 가난했던 우리 농촌의 정서와 토착 냄새를 물씬 풍겨주었던 단편소설이다. 달밤에 처다 본 초가지붕의 박넝쿨, 아플 정도로 가슴이 찡 했다.
4-11-2020
무공해 채소를 마음 맞는 지인들과
나누는 밥상은 신선도 부러워할 듯 합니다.
시회적 거리 두기로 함깨할 수 없는 요즘,
그래서 더욱 그리워지는 시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