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우(2019 9.9 타계) 그 후 가야산에서 바라본 서울풍경- 동연 동창 작품
고바우가 그리울 때 - 김영교
‘길목’ 동침이 국수집은 LA공항에 내리면 가는 직행 연장노선이다. 얼마 전에 영국에서 온 민정이와 혜민이만 봐도 그랬다. 장시간의 비행 피로는 온데간데없다. 동침이 국수 한 그릇이 처방약이었다. 리프레쉬 해주는 동침이 국수, 금방 생기 팔팔한 사람 배추가 되었다. 신기했다. 느끼함을 없애주는 이 개운한 동침이의 고마움은 엄지 짱이다. 장시간 비행에서 착륙까지 계속 읊어댄다. 이제는 ‘살 것 같다’고 기염을 토하던 그때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결혼, 첫애기 산후 지금은 힘들 텐데 정신 반짝 나게 하는 신선한 동침이 국수 한 그릇, 영국에 택배할 수는 없을까?
LA에는 먹을 만한 음식점이 꾀 많다. 음식점은 교통도 주차도 편리해야 하고 뭐니 뭐니 해도 맛으로 승부를 건다. 죽기 아님 살기식으로... 내 발길이 잘 가는 식당 중에는 한 주인이 30년 넘게 영업하는 곳이 여럿 있다. 길목이나 고바우도 끼어있다. 위치도 k 타운 한복판이라 아주 편리하다. 닥터 오피스도 마켇도 가깝다. 모두가 식당 나름대로 특미를 걸고 친절과 정성으로 손님을 맞는다.
‘고바우’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내 또래의 사람치고. 나는 고바우란 이름이 좋았다. 바위처럼 견고함의 통칭이다. 옛날에 금잔디 시절 우리는 김성환이란 화가를 좋아했다. 고바우란 시사만화를 신문에 연재하면 통쾌도는 극치였다. 그 시원한 인기를 공감, 절감한 그 고바우를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이곳 고바우 식당에 가기만 하면 그 옛날이 떠오른다. 1950년에서 2000년을 살아온 사람들은 고바우 향수병이 있을 법하다. 고바우 탄생 50주년 기념우표까지 발행했을 정도로 생활과 밀접한 정감의 고바우 영감이다.
식당 ‘고바우’는 예약을 받지 않는 바쁜 식당이다. 오는 순서대로 빈자리를 배당받는다. 식당평가에서 별 5개를 받았다. 늘 북적댄다. 오래 기다리는 것도 상관 않는 단골들이다. 보쌈과 쟁반국수, 된장찌개 맛을 늘 기억하는 손아래 안선혜시인은 신장 투석환자이다. 오랜 투석환자인 송석증시인도 소원이 고바우에서 보쌈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 예약은 식당 방침에 어긋나 거절당한 얘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기다릴 수 없는 두 시인 다 신장 투석 스케줄 때문이라는 고백을 듣고 속이 답답해 왔다.
자초지종 끝에 드디어 예약을 받아냈다. 약속된 날 우리 식탁은 선물과 덤의 감자전과 빈대 부침이 나와 두 투석환자를 눈부시게 해줬다. 나는 눈보다 마음이 더 부셨다. 오랜 세월 성업 중인 성공비결이 바로 음식 맛 풀러스 이런 감동을 주는 친절 비방이 숨어있었구나!
예쁘게 포장해서 우리 세 사람에게 선물로 준 머그잔으로 차를 마실 때마다 고바우 영감도 생각나고 식당 고바우가 생각난다. 고바우 영감의 시사만평이 50년 넘게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듯이 고바우 식당, 그 기업철학과 맛이 오래 오래 LA를 즐겁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안선혜시인은 몇 년째 계속 치료 중이고 송석증 시인은 작년에 타계했다. 살아생전에 고바우 별식을 대접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식당 측의 배려가 고마웠다. 명복을 빈다. 근간에 안선혜 시인을 불러 함께 된장찌개 먹으러 고바우에 갈 참이다. 건강이 호전되기를 비는 내 마음도 동행할 것이다. 3-16-2020
고바우 하면 생각나는 만화가 있어요.
첫 칸 사람 1이 지나간다
둘째 칸 사람 2가 모자를 벗으며 공손히 인사한다
셋째 칸 사람 3이 누구냐고 묻는다
넷째 칸 사람 2가 대답한다
"경무대에서 X푸는 사람이에요."
청와대 세대는 모르는 얘기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