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자를 내어드리며 / 김영교

 

그 의자에 앉은 게 어제 같은데 벌써 일어나 비울 때가 되었습니다 

손때를 남겨드립니다. 미소를 남겨드립니다.

 

관계의 의자를 지키느라 비 오는 새벽에도 기도의 우산을 펴고 

어두운 밤이면 찬송으로 빗길을 더듬었고 복음 의자를 위해 헌신의 걸레질을 했습니다 

숱한 아픔과 버거운 염려를 감당한 발 3개의 의자 

이제 고마운 마음으로 체온을 남기려니 오히려 나를 안아줍니다.

 

때가 차 

비워지기를 바라보는 그 기다림 

한발 앞서 그 선배가 그랬듯이 최선을 다한 섬김에 머물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빈 의자를 낮은 마음으로 내어드립니다 

오늘 조용히 옮아앉는 아우님마다 영혼의 옥합을 믿음으로만 바치는 '다드림'을 안고 

믿음의 체온만 지키소서, 구원의 십자가만 바라보소서!

 

그 사랑의 의자에서 허락받은 순간 순간의 은혜 

냇물은 흘러 바다에 이르고 아이는 흘러 어른이 되듯 때가 차면

세상의 모든 의자는 바뀌는 주인 따라 먼 세월을 갑니다

말씀 밖에는 영원한 것 아무것도 없는 이 세상

주님만이 생명의 떡, 우리의 산 소망입니다. 축복 아닙니까?

 

흠 없는 의자, 그 무언의 외침은 세상을 들었다 놓고 놓았다가 다시 들어올립니다 

그 의자와의 첫사랑, 그 감격 

아침을 만나면 빛이 되고 

밤을 만나면 쉼이 되는 이 풍성한 삶


이 의자 삶을 허락한 보이지 않는 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머지않아 이 감사가 그대의 것이 되는 날을 기원하오며...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날로 부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 (고린도 후서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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