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와의 전쟁 / 신순희

 

 

시애틀에 봄이 일찍 온 탓에 벌써 수선화와 튤립이 만개하는 데 한가로이 꽃 타령만 할 수 없다. 지난겨울 춥지 않고 비만 주룩주룩 온  탓인지 이끼가 극성이다. 잔디가 아니라 이끼밭이 되어버려 아주 누리끼리하다.

 

쭈그리고 앉아 이끼를 뜯어내는 나와 달리, 남편은 쇠스랑으로 이끼를 긁어대다가 허리에 무리가 갔는지 그만 3일을 앓아누웠다. 감기에 걸려도 입맛만은 있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아니 근육통이 그렇게 아픈 줄 누가 알았나. 등 한가운데 커다란 파스를 붙여도 보고 처방해 준 소염진통제를 먹어도 보았지만, 차도가 없자 의사는 근육이완제라며 주사를 한 대 놓고 하는 말이 이래도 낫지 않으면 다른 병을 의심해야 한다나. 그 말 때문인지 남편은 어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근데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끼와의 전쟁을 선포한 남편이 아마존에 주문한 이끼 제거기계가 며칠 전 집에 배달된 것. 허리는 차츰 나아가는 중인데 박스 채 그대로 있는 기계는 어찌해야 하나. 이끼를 긁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2015년 4월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