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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아리랑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감성이 있어서 미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예술이란 장르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예술에는 문학, 미술, 조각, 음악, 붓글씨, 꽃꽂이, 체조 등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 예술을 통하여 인간의 무딘 마음이 순화되고 정화되어 아름다운 마음으로 승화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만에 음악 동호회에서 주최한 송년회에 12월 4일 참석 했다. 만리장성에서 열린 이 송년회에 많은 회원이 모여 크리스마스 성가곡을 감상하고 각국의 민요도 감상하면서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자기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매달 첫 주에 모이는 이 음악동호회는 음악 애호가들이 모여 성가곡, 각국의 민요, 음악 거장들의 클래식 음악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동영상을 통해 혹은 시디를 통해 노래를 듣는다. 음악 해설가가 있어서 음악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듣고 감상함으로 음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음악을 사랑할 뿐 아니라 노래도 잘 부르는 회원들도 많다.      

   회원들 가운데 한 분이 산소 호흡기를 코에 꽂고 휠체어를 타고 좀 늦게 참석을 했다. 병색이 완연한 얼굴을 하고 나이도 많아 보였다. 옥스나드에 사시는데 멀리서 왔기 때문에 호텔에 예약하고 하룻밤 투숙을 하고 그 다음 날 집에 간다고 했다.      

   회장이 박수갈채를 보내며 뜨거운 환영을 했다. 치과의사로 40여 년 개업하다가 기관지가 안 좋아서 은퇴하고 지금은 요양 중이라고 회장이 소개했다. LA에 있는 민족학교 초대 이사장을 지내신 Dr. 최라고 소개하자 모두가 환영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분이 바로 내 옆 다음에 앉게 되어 나이를 물어 보았더니 71 세라고 했다. 그분은 80  까지 살고 싶다고 옆에 앉아 있는 여자 목사님께 얘기 했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80세에 가까운 여자 목사님의 건강을 부러워하면서 주님을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은데….하면서 아쉬워했다고 한다. 자기는 음악을 무척 사랑해서 몸이 불편하지만 되도록 참석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올 때마다 호텔에 하룻밤 지내고 간다고 했다. 마지막 가는 한 해의 송년회에는 꼭 참석하고 싶어서 산소 호흡기를 꽂고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하면서 왔다고 했다. 나는 음악을 사랑하는 이 분의 열정에 감복하고 말았다. 식사도 조금 겨우 하고 앉아 있는 것이 몹시 괴로워 보였다. 식사가 끝난 다음 자기소개 시간에 자기소개를 끝내고 가야겠다고 일어서면서 마지막으로 노래 한 곡조를 부르고 가야겠다고 했다. 그냥 가게 되면 무척 후회될 것 같다며 숨이 차는데도 마이크를 잡더니 ‘홀로 아리랑’을 잘 불러 주었다. 

   처음 들어보는 아리랑 신곡이었다. 3 절을 내리 계속 부르는데 가사가 매우 긴데도 모두 외워 끝까지 잘 불러주어 박수갈채를 받았다. 통기타 가수 서유석 작사 작곡한 ‘홀로 아리랑’은 1990년대 가수 서유석이가 한 돌과 함께 ‘독도 사랑 운동’을 벌리며 ‘홀로 아리랑’을 불렀다고 한다. 일찍 이민을 온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아리랑 신곡이었다. 곡도 전래의 아리랑 곡이 아니고 가사도 색다른 아리랑 가사여서 흥미롭게 노래를 즐거이 들었다. 

   나이도 있고 아픈 몸에 그 긴 곡을 어떻게 잊어버리지 않고 모두 다 부를 수가 있었는지 놀라웠다. 음성도 좋고 노래도 썩 잘 불러 주어 너무나 인상적이고 감동을 안겨다 주었다. 나는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낸 가사를 아래에다 적어본다.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금강산 맑은 물은 동해로 흐르고 설악산 맑은 물도 동해 가는데     

우리네 마음들은 어디로 가는가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 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 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몸이 아파 산소 호흡기를 꽂고 휠체어를 타고 와서 ‘홀로 아리랑’ 3절을 모두 불러주고 간 그분의 독도 사랑 나라 사랑이 나의 심금을 울려 주고도 남았다. 나는 가사조차도 모르고 있었는데…. 숨을 헐떡이며 끝까지 열창을 해주신 그분의 얼굴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잊을 수가 없다. 조국을 떠나 이역만리 미국에 살면서도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온 마음을 다해 부르는 그분의 노래에 담겨 있어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역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마음씨도 아름답고 애국애족하는 마음이 흘러넘쳐 함께 참석한 회원들을 흐뭇하게 만들어 주었다. 화기애애한 가운데 송년회를 잘 끝내고 해어질 수 있어서 얼마나 마음이 기뻤는지 모른다.      그분이 불러 준 ‘홀로 아리랑’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내 마음에 밀물처럼 밀려오는 감동으로 메아리 되어 울려 퍼졌다. 독도는 우리의 땅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분의 몸이 하루속히 완쾌되어 내년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음악 동호회 모임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더욱 아름다운 노래를 회원들께 불러 줄 수 있기를 빌어본다./늘 추억의 저편(2011년 12월)

 

*두어 달 후 이분은 돌아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