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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국 소년의 집념                                                             

 

   아이젠하워 공원이 집 근처에 있어서 나는 자주 그곳으로 산책하러 나간다. 이 공원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름을 따서 붙인 공원이라 주위에 여러 공원이 많지만, 그 이름이 친숙해서 일주일에 두어 번 그곳에 가서 경관을 즐기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6.25전쟁을 전후해서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하였고 그때마다 거리로 뛰쳐나가 그 엄청난 인파 속에서 양국 국기를 흔들며 열렬히 환영한 추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2차대전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역사적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었다. 마침내 독일군을 패퇴시켜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다. 1952년에 미국 공화당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한국전쟁 휴전조약을 성사시켰고 대통령에 재선된 다음 1960년에 미국 대통령 신분으로 최초로 한국을 방문한 분이라 유난히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홍안의 미소년처럼 활짝 웃는 모습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대통령을 보기 위해 모였던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 당시의 거리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 공원을 무척 좋아하지만, 특유의 인공호수가 또한 이곳에 있어서 마음을 끄는 것이다.    

   경사를 이룬 이곳 공원은 물을 뽑아 올려서 위쪽에 인공연못을 만들고 그곳으로부터 호수까지 개울물을 흐르게 해서 시골풍경의 정취를 자아낸다. 그 개울물은 호수까지 내려오면서 작은 폭포를 이루어 호수로 세차게 떨어진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어찌나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지 도시의 소음에 찌든 나의 귀가 상쾌하게 열리며 소라 귀가 된다. 물이 있는 곳에 항상 생명이 있으므로 물소리를 들으면 내 몸의 세포가 다시 살아나 춤을 추는 듯 생동하는 에너지가 솟구친다. 샘솟는 기쁨과 활력으로 호수 주위를 몇 번을 돌아도 지칠줄 모른다.    여러색깔로 옷을 입은 백여 마리 오리떼들이 유유히 물 위를 거닐고 있고 낚시꾼들이 여유 있게 낚시에 몰입하는 모습이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하루 형제로 보이는 두 소년이 낚시를 하는데 다른 낚시꾼들과 다른 방법으로 눈에 띄게 낚시 하는것이 보였다. 나는 걷다 말고 가까이 다가가 유심히 지켜보는데 8세 정도로 보이는 동생 소년이 물어보지도 않는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두 형제가 일반 미끼가 아닌 나무토막을 먹이로 달고 송어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 이 송어는 큰놈은 42~46파운드가 되고 길이도 자기 키만 하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새끼는 손바닥만 한데 새끼는 많이 잡았는데 큰놈을 한번 잡아 보는 것이 자기 소원이라고 했다. 어디 가지 말고 자기를 지켜봐 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는 것이었다. 영웅심이 발동된 것 같았다.     

   힘에 겨워 도저히 불가능에도 기어이 잡고 말겠다는 집념이 꼬마답지가 않아 대견스럽기도 해서 응원군으로 옆에 있겠다고 했더니 더욱 신바람이 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곤 했다. 낚싯줄에 이끌리어 왔다 갔다 하다가 몇 번 넘어지다가 물에 빠질 뻔도 해서 나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하였다. 30 분을 기다려도 한 마리도 못 잡길래 나도 지쳐서 집에 가야겠다고 하면 한사코 말리는 것이다. 그래도 인사하고 가는데 뒤에서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이다. 한 마리 잡았으니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이 송어는 물밑 땅속 20인치까지 내려가 땅속에 산다는 것이다. 나는 평생 물고기가 땅 속에 산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봐서 호기심에 송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꼭 보고 싶었다. 그 소년이 부르면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그에게로 나도 모르게 가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매우 큰 것이 잡혔는지 도와 달라고 아우성을 쳐쳤다. 나도 달려가고 형도 합세하고 행인에게도 부탁해서 있는 힘을 다해 잡아당겨 보지만 역부족으로 줄이 끊어지면서 모두 뒤로 나자빠졌다. 나는 완전히 포기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계속 불러도 이번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소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에게 고기를 보여 주려고 애를 쓰더니 손바닥만 한 송어 새끼를 잡아헐레벌떡 나를 쫓아와 보여 주는 것이었다. 

   송어 고기는 닭고기와 맛이 비슷해서 참 맛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큰고기는 못 잡고 새끼를 잡았다 해도 목표물을 낚은 성취감으로 흐뭇해하였다. 언젠가 큰 송어를 기어코 잡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날 보고 잘 가라고 인사 하면서 또 오라고 했다. 비록 새끼 송어라도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기다리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언젠가 커서 그 큰 송어를 낚아 올릴 꿈을 안고 살아가는 그 소년의 도전정신을 부러워하면서 그 소년에게 격려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발걸음을 집으로 돌리면서 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떠올렸다. 쿠바의 어부인 산티아고는 84일 동안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 했지만 혼자 쓸쓸히 85일째 되는 날 맥시코만의 더 깊은 먼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간다. 고기잡이를 늘 도와주던 소년 마노린도 부모의 반대로 동승을 못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고기잡이를 나가 큰 고기(marlin)를 잡지만 너무 커서 배 안에다 싣지 못 하고 줄로 묶어 바다에 띄워 해안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작살에 맞아 피를 흘리게 된 이 물고기의 피 냄새를 맡고 달려온 상어 떼에 살을 다 뜯어 먹히고 고기 뼈만 앙상한 체 돌아오지만…….그는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소년과 또 다시 고기잡이를 나가자고 약속을 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꿈을 꾼다......아프리카의 해변에서 놀고 있는 바다사자를 꿈꾸면서.......     

   송어를 잡는 이 미국 소년은 산티아고와 같이 투지와 집념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작은 거인이 되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 그때 그 소년" 하고 기억이 떠오를 때면 아이젠하워 공원을 잊을 수가 없고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생각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되살아난다./늘 추억의 저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