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그 바람 속을 '스치며' 사는 사람들은
모두 실루엣이다.
실체를 알기에는 터무니 없이 모자라는
시간, 시간들.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우리는절반의 겉모습과
절반의 내면만 알고 갈 뿐이다.
한 순간의 기쁨과
한 순간의 슬픔.
한 순간의 사랑과
한 순간의 이별도
모두 절반의 아픔이다.
밤바다를 말처럼 가로 지르며 달리는 바람도 스쳐가는 숨결이요, 그 바람 속을 가르며 살아가는 사람도 모두 자연의 일부다.
밤바다는 어둠에 잠기고
별은 검은 밤 하늘 뒤로 숨었다.
사람들은
지상에 네온을 밝히며 그 아쉬움을 달랜다.
밝음과 어둠, 그 빛과 그림자도
하루의 절반을 나누어 사이좋게 공유한다.
우리도 이 세상을 살며
모두를 가질 수 없다.
절반의 행복과
절반의 불행 속에서도
그저 감사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밤바다 공기가 차다.
온기가 그리워지는 가을이
저만치서 기웃대고 있다.
(포토 에세이/산타 모니카 밤바다에서:2016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