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나루의 봄3.jpg

동창 이태영 작품 2-18-2021 -삭막해서 매화를-

  

밤비 그 다음 날에 / 김영교

 

자동차 사고로 나는 혼비백산했다. 아직도 그때 아픈 허리를 거느리고 산다.  차가 대신 다치고 주인을 살렸다.  폐차 마지막 모습이 가여웠다. 자동차 사고, 그 절명의 순간, 지나고 보니 아슬아슬 했다. 에어백이 무척 고마웠다.

 

지난해에는 세상을 떠난 이별이 여럿 있었다. 코비나 거리두기 전에는 모두가 아가미 벌렁벌렁 대해를 헤엄치던 사람 생선 떼였다. 우째 이런 일이...참석자 제한 내지 간소화된 장례절차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삶의 싱싱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사망자 숫자가 TV화면에 지속적으로 뜨고 그 질긴 코로나가 한 살 돼 가는 지금은 잎이 움트는 봄철이다. 거리두기가 없던 푸른 여름의 행방을 아무도 추궁하지 않는다. 지금 코로나 박멸, 뿌리 작업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뉴노멀의 일상화다.

 

리돈도 해변 가까이 사는 나는 비치에 잘 간다. 바다에 가면 속이 트인다. 거리두기가 쉽다. 넓어서 그렇고 시원한 바람이 그렇다. 또 거니는 느슨한 발걸음들이 모두 리랙스 모드(Relax Mode)다. 자연스레 햇볕은  가슴을 파고든다.  건강을 여미어준다.  챙 달린 모자 눌러쓰고 바람 마시며 걷는다. 바닷가 모래 벌은 자연 학교, 걷기와 폐활량을 도모해주는 운동장이다.

 

에배뉴 C 근처에 추차한다. 오존 데라피 필드 트립(Ozone Therapy Field Trip)이다. 2시간 남짓하게 머문다. 윙크하는 파도와 고고한 물새와 눈 맞추며 논다. 앉아 쉴 때 카톡 오래하면 하얀 물살이 눈 흘기며 다가와 내 시선을 데리고 간다. 체조도 하고 힘들면 눕기도 한다.  비 온 후라 모래밭은 여전한데 발이 느끼는 촉감이 다르다. 차다. 찬 게 싫구나! 찬 느낌은 몸이 허해졌다는 신호일까? 목발의 경험이 있었다. 걷는 게 버거워 물을 마신다. 발바닥은 심장에서 제일 멀다. 신호를 보내온다. 무관심할 수가 없구나! 고분고분하던 내 몸의 지체가 날 안 따라와 준다. 그때 안 것은 근육 안의 민감한 신경줄이 나를 거역하고 있다는 것을! 누워 처다보는 하늘은 이렇게 한 뼘 가까이 있는데 발바닥은 멀구나.

 

은퇴 삶 속을 들여다본다. 안정과 쉼이 있다. 편안하고 시간이 널널해서 일까, 속도감이 없다. 긴장감도 없다. 이제 남은 시간을 가늠하며 조심스레 가야 할 참이다. 처방 약병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 물도 많이 마시니 화장실 출입이 빈번해진다. 그래서 2시간 비치 스테이(Beach Stay)가  맥시멈이다.

 

보험에서 쫓겨났다. 그 교통사고는 냉혹한 스승이었다. 운전조심, 사람조심. 음식조심. 조심조심의 내리막길 교훈이었다. 닥치는 긴급상황에서나 일상의 최선은 조심하며 다가가도록 하는 궤도수정이 필수가 됐다. 은퇴 일상 일 조항이 ‘조심'이라고, 자나 깨나 불조심이 이제는 자나 깨나 몸조심이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 절실해졌다.

 

지금 창밖은 밤비다. 차 사고는 예기치 않았던 밤비였다. 그것도 폭우였다. 찡그린 날보다 그래도 웃는 날이, 비 오는 날보다 청명한 날이 더 많았던 지난 세월이었다. 그러려니 여기고 감사하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깨달은 조심은 비상 지혜였다.

 

내일  아침은 정원의 자동 스프링클러를 꺼 줘야 겠다.  다음 날은 똑같은 날 같으나 비 갠 새로운 다른 날일 터이니 ’조심하며 감사히‘ 맞을 일이다. 의식이 활짝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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