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건망증과 자연 사랑
양상훈
세조왕이 안장된 광릉의 국립수목원은 2010년 유네스코에서‘인간과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등록되어 범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560년 동안 능림으로 유지되어온 광릉 숲의 분포는 참나무 숲에서 진가를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한반도 산림을 지배하고 있는 아주 풍부한 식물집단 이 참나무류이다. 참나무는 높은 지대에서 보게 되는데 서로 빛이 잘 듣는 자리를 차지하려 생존경쟁을 한다.
식물도감에는 참나무라는 이름이 없다. 대신 ‘참나무라속’라는 이름이 나오고 여기에 신갈나무 떡갈나무 감찰나무 상수리나무가 있을 뿐이다.
이를 통칭하여 참나무라 일컫는 이유는 서로가 유전적으로 가까워 서로 다른 나무끼리 쉽게 인연이 맺어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신갈나무와 떡갈나무사이에 자식이 태어나면
떡신갈나무로 불린다.
상수리나무가 참나무류속 나무와 다른 이름을 가진게 된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상수리나무의 원래 이름은 ‘토리’였다.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 간 겁쟁이 선조는 제대로 먹을 음식이 없자 토리나무의 열매인 토리로 만든 묵을 먹었다. 묵 맛에 빠진 선조는 왜란이 끝나고 궁에 돌아온 뒤에도 토리로 만든 묵을 즐겨 찾았다. 그래서 상시 ‘수라상’에 오르게 되 ‘상수라’가 상수리로 불리게 되었다. 도토리는 떡갈나무의 열매를 가리키는 단어였지 만 오늘날 도토리는 참나무 속 나무의 열매를 통칭하는 열매를 가리키는 표현이 됐다.
겨울철 산에 오르다보면 재미삼아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줍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자루로 나선 사람들도 많다. 그 만큼 해마다 많은 양의 도토리를 만들어낸다. 풍년에는 성숙한 참나무 한 그루에서 1만개 넘는 도토리를 만들어내고, 흉년인 해도 300-400개의 도토리를 만든다. 참나무는 왜 이렇게 많은 양의 열매를 만드는 것일까? 식물은 종족보존을 위해 꽃이나 열매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야생화는 꽃을 만드는데 모든 애너지를 집중한다. 이들은 4월 중순이 되기 전까지 암꽃에 꽃가루가 날아와 수분에 성공해야 다음에 자손을 기약할 수있다.
5월이 넘어 나뭇잎이 무성해지면 그늘에 가려 아무리 화려한 꽃을 피워도‘중매쟁이’벌과 나비가 찾아내기가 힘들다.
참나무가 만드는 도토리는 몸집이 통실해 바람을 타지도 못하고 나무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그러나 도토리를 주로 먹는 다람쥐나 창성모는 도토리를 입에 물고 수십m에서 수km까지 이동 할 수 있고,참나무가 자라는 곳마다 더 높은 고지대에도 간다.
이어 겨을철 식량을 저축하기위해 도토리를 땅속에 묻는다. 그런데 다람쥐와 청설모는 건망증이 심해 멧돼지와 곰 같은 대형 포유류와 바구미, 거위벌레 같은 곤충의 일용할 양식으로 쓰인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싹을 틔우는 참나무 개체는 약10%,물론 이들이 모두 성숙한 나무로 자란다는 보장은 없다. 겨울철 어린 새싹을 뜯어먹는 동물로부터 살아남아야하고, 여러 해 동안 산불의 피해도 살아남아야 한다. 모든 시련을 딛고 구사일생 살아남아야 높이 솟은 나무가 될 수 있다. 인류는 참나무로부터 아름다운 숲 ,버섯, 도토리 등 여러 가지를 얻어 왔다. 이제는 우리도 참나무에게 무엇인가 베풀어야 할 때가 됐다. 우리 숲이 훌륭한 모습을 갖추도록 나무를 제대로 가꾸지 못하더라도 가을철 얼마간의 도토리를 남기는 여유는 지녀야 할 것이다.숲에 아낌없는 양분을 주는 참나무를 보노라면 문득“강물이 바다로 되돌아가듯 베풀어진 물건은 준자에게 되돌아간다”는 중국 속담이 떠오른다. 키가 낮은 야생화는 꽃을 만드는데 모든 애너지를 집중한다.
비록 처음 뿌려진 도토리에 비해 살아남는 비율은 낮지만 워낙 어마어마한 양의 도토리를 만들기 때문에 참나무는 숲의 주인공이 된다.
태양이 작열하는 황무지에 볼품없는 풀이 생명을 싹틔우고 열악한 환경에도 잘 견디는 침엽수가 뿌리를 내린다. 침엽수가 무성한 숲을 이루면 비로소 나무그늘아래 보호를 받으며 자랄 수 있는 참나무와 단풍나무 같은 활엽수가 자란다.
참나무가 숲속동물에게 퍼주듯이 베푸는 이런 행동은 생태계를 지키는 풍요로운 자산이 된다. 참나무 숲이 전나무와 잣나무 같은 침엽수 숲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가 어울려 산다는 연구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다.
최고조에 이른 숲은 산불이나 벌목, 도로건설 같은 인위적인 교란이 없다면 종 다양성이 가장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 예로부터 한민족은 좋은 것을 일컬어 ‘참’이란 단어를 붙이고 나쁜 것을 일컬어‘개’라는 단어를 붙였다. 가령 먹을 수 있는 꽃인 진달래를 ‘참꽃’이라 부르고 독이 있어 못 먹는 철쭉을 ‘개꽃’이라고 불렀다.
이에 반해 참나무는 씨앗을 품고 있는 열매에 모든 애너지를 집중한다. 대부분 나무에는 새가 살기 때문에 벌과 나비가 찾아와도 새에게 잡아먹히기 십상이다. 게다가
예쁜 꽃을 만들어 낸들 숲 속 그늘에 묻혀 보이지 않을게 뻔하다. 나무는 꽃에 공을 덜 들이는 대신 열매를 만들어 산짐승이 씨앗을 퍼뜨리는 전략을 택했다. 산짐승이 열매를 먹고 먼 곳에서 똥을 싸면 소화가 안 되는 씨앗은 그대로 토양에 떨어진다. 힘 안들이고 먼 곳까지 자손을 전파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도토리를 주로 먹는 다람쥐나 창설모는 도토리를 입에 물고 좁게는 수십m에서 수km까지 이동할 수 있고 참나무가 자라는 곳보다 더 높은 고지대에도 간다. 이어 겨울철 식량으 저축하기위해 땅속에 묻는다. 그런데 다람쥐와 창설모는 건망증이 심해 도토리의 90%이상을 찾아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결국 땅에 묻힌 도토리들은 싹을 틔운다. 이와 달리 쓰려진 나무나 바위, 낙엽위로 떨어진 도토리들은 착지를 잘못한 탓에 싹을 틔울 수 없다. 여기서 뿌리를 내린다 해도 지탱하고 자랄 흙이 없는 까닭이다. 또 땅에 묻혔다고 싹을 틔우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도토리는 돼지와
곰 같은 대형 포유류와 바구미 ,거위벌레 같은 곤충의 일용할 양식으로 쓰인다. 여러 우여 곡절을 거쳐 싹을 틔우는 참나무개체는 약10% 물론 이들이 모두 성숙한 나무로 자란다는 보장은 없다. 봄철 어린 새싹을 뜯어 먹는 초식 동물부터 살아남아야 하고 여러해동안 산불의
피해로부터도 살아 남아야한다. 모든 시련을 딛고 구사일생 살아남아야 높이 솟은 참나무가 될 수 있다.
다람쥐의 건망증이 참나무 숲을 만든 것이다. 아름다운 숲은 자연의 넉넉한 인심으로 만들어진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만 없다면 자연은 언제나 아름답다. 우리는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인조이하고도 편리함과 욕심 때문에 자연을 망가뜨리지는 않은지.
필요한 만큼만 갖고 자연으로 돌려주는 것이 다람쥐와 참나무가 보여주는 자연 사랑이 아닐까. 우리욕심이 아름다운 자연의 하모니를 깨지 않도록 배려와 존중이 담기기를 기대한다.
2021.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