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

김석연

 

    오늘 같이 무더운 날엔 시원한 냉면 집엘 가야 제격인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주제엔 맥도널드 가게가 안성 맞춤이다. 이곳은 오늘도 초 만원이다. 주로 스페니쉬들이 고객인데 황색인 내가 보태기를 한거다.

 

    젠장, 이렇게 장사가 잘되면 벼락 부자가 될텐데.” 푸념하며 어느 줄에 설까 훑어 본다. 그리 바쁜 일도 없는데 아무 줄에 서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 그걸 참고 조바심을 낸다. 그래봐야 피만 말리는데 줄은 , 줄은 . 옳지 줄이 사람 적구나. ! 줄을 섰구나도 해본다.

    순간, 줄이 빠르면 어딱하나 하고 조바심을 낸다.

    옳지, 줄이 줄어드는구나 쾌재를 불렀다. 줄을 잘 서야 성공도 하는 거고 출세도 하는거지. 사람만 나가면 차례인데 사람 이리 꾸물대는지 울화통이 치민다. 옆 줄엔 나보다 나중 사람도 벌써 나갔는데 빌어먹을, 줄을 잘못섰구나. 돼게 재수 없네.

    참을 없어 옆 줄로 잽싸게 옮겨 간다. 어렵쇼, 줄을 바꾸고 나니 얼간이 녀석이 빠져 나간다. 아, 실패를 했구나. 고걸 못 참고. 기분 엉망이다. 조금만 참았으면, 해보지만 기차는 이미 떠났다.

 

    줄을 잘 서야 한다. 줄을 섰으면 끝까지 참고 기다리는 인내도 있어야 한다. 중도에 줄을 바꾸는 변심이고 배신이다. 그런 짓거리는 더러운 정치판에서나 하는 거다. 난장판에서는 줄 바꾸기가 출세의 지름길인줄로 착각하고 설친다. 바꾸기 좋아하다 간 햄버거 하나라도 얻어 먹는다는 진리도 모르는가 보다.

 

    빛이 보이지 않을 과감하게 내동뎅이치는게 좋은 길일 수도 있겠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고 일도 아닐바에야 잽싸게 갈아타는 게 현명한 처세 수도 있다. 

 

    나는 아주 똑똑하고  현명해서 인지 줄 바꾸기를 여러 해왔다. 그런데 하나도 성공한 없다. 우물을 파야 시원한 생수를 얻는다는데 나는 파고 옮기고 파고 옮겼으니 생수는 커녕 흙탕물도 구경 못했다. 자업 자득했으니 수원 수구하리오. 

 

    농사꾼에서 장사꾼으로, 사업 엎어버리고 영혼 장사꾼으로 줄바꾸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머리 위엔 하얀 서리가 내렸다. 너무 허무하다.

    인생이란 결과 보다는 과정이 좋아야 한다는 데 나는 성공도 못했으면서 과정 또한 갈팡질팡 조바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