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글 / 8행시

 

 

마을 어귀에 나무 한 그루 있었다

 

음력 열 닷새면 대낮처럼 밝히는 보름달이 걸리던

 

을씨년스런 가을 바람에도 앵도라진 봄바람에도

 

움쩍 않고 앉아 마을을 지키던

 

직장을, 일류 학교를, 복덩이 아기를 달라는

 

이 집 저 집에서 갖다 건 소원들을 주렁주렁 달고

 

는 듯 늘지 않은 듯 해마다 조금씩 키가 자라던.

 

글썽이는 눈물 속에, 지금도 내 맘 속에 자라는 나무 한 그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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