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치원에 다니던 때로 기억한다. 유치원생 엄마들이 모두 함께 참석해서 만들기 경연대회를 열었던 적이 있다. 그때 엄마는 자신이 완성한 작품을 가지고 교실로 찾아와 내게 보여 주셨다. 지금은 생각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분홍색이 주를 이루었던 둥근 모양의 모빌이었다. 엄마는 자신이 만든 예쁜 모빌을 높이 들어 흔들어 보이면서 활짝 웃으셨다. 그때 나는 엄마가 만든 것이 다른 엄마들이 만든것 보다 비교도 안될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훌륭한 솜씨를 가진 엄마가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바로 전날 엄마가 지내고 계시는 요양원에 들렀다. 엄마 방에 들어서자 마치 나를 기다리다 지쳐 목이 길어진 사슴처럼 침대 한구석에서 엄마는 나를 보려고 고개를 내밀었다. 지각한 딸의 모습이 원망스럽기도 했겠지만 이젠 나이든 딸을 야단도 치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셨다. 엄마는 내게 요양원 미술 선생님 이야기를 꺼냈다. 정기적으로 요양원을 방문해서 그곳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의 그림 지도를 맡아 가르치는 분이라고 했다. 그분이 바로 엊그제 와서 나무를 주제로 그림 그리기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별다른 과외활동이 없는 그곳에서 엄마가 유일하게 즐기는 시간이다. 엄마는 멋적게 웃으면서 선생에게 자신의 작품이 제일 훌륭하다는 칭찬을 받았다고 했다. “저기 복도에 걸어 놓았는데 한번 가서 볼래?” 자리에서 한번 일어나는 일이 그토록 힘이든 엄마가 애써 몸을 일으켰다.

 

   내가 어릴 엄마는 자신이 만든 모빌을 가지고 딸을 찾아와 힘차게 흔들어 보이셨다. 이제 엄마는 바로 몇 발짝 떨어진 곳에 걸려 있는 자신의 그림을 딸 앞에 가져와 보여줄 수 없었다. 엄마의 그림은 굳이 이름을 찾지 않고도 여러 그림이 걸려있는 복도 벽에서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역시 이번에도 엄마가 그린 나무가 다른 할머니들이 그린 하고는 비교도 만큼 훌륭했다. “엄마 이것 내가 가지고 갈게요.” 나는 까치발로 복도 벽에 고리로 높이 고정해 놓은 엄마의 나무를 떼어 가방에 넣었다. 내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여행 동안 조신하게 다루어야 한다. 마치 집에서 나무들을 옯겨 심을때 처럼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물도 미리 듬뿍 뿌려 놓아야 한다. 옮긴 나무는 각별하게 관심을 주어야 한다. 소중히 여기는 나무일수록 물도 주어야 하고 비료도 더 자주 주어야 하듯이 엄마 나무의 먼지도 자주 털어주고 매일 예쁘다고 이야기해주어야지. 마치 나무들을 예쁜 화분에 옮겨 심을 때처럼 엄마 나무를 고운 액자에 넣어 보관하면 어떨까?

 

 언젠가 엄마가 떠나고 나면 나무 붙들고 한참을 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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