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에서 야간 근무를 할 때였다. melnick needle syndrome 이라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병명을 가진 환자가 신장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 준비를 시작하면서 그 질환에 대해 급하게 찾아 보았더니 뼈 성장에 심각한 장애를 미치는 희귀한 병이었다. 이 질환은 특히 귀속 뼈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청각에 장애를 주고 결국은 말도 할 수도 없게 된다고 했다. 그밖에도 뇌, 심장, 장과 신장에도 장애를 주어 대다수가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게 되는 불행한 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환자는 22세까지 살아남은 드문 경우로 27 kg 체중과 130cm 의 키로 성인 남자의 신체조건에 턱없이 부족했다. 지능지수도 낮아서 이 환자와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없는 형편이어서 환자의 부모와 간단한 질문을 주고받았다. 또 환자를 만나기 전 나이로만 미루어 성인 수술 준비를 했던 것을 다시 소아 수술로 변경 하느라 서둘러 준비를 마쳐야 했다. 

마침내 수술이 시작되자 우리가 맡게 된 이 특별한 환자의 수술에 대해 제각기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앞으로 얼마나 살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과연 새로운 신장을 기증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오랜만에 묵은 일기장을 뒤척이다 발견한 이야기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으로 그때 나도 어쩔 수 없이 대세를 쫓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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