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 무렵이었다. 연말이면 더욱 바빠지는 수술실 근무 중 응급수술 스케줄이 들어와 맡게 되었다. 양쪽 발목 골절상을 입고 입원한 70대 중반의 할머니였다. 환자 곁에 앉아 있던 딸의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질문을 주고받았다. 할머니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모처럼 집을 떠나 딸의 집에 왔다가 목욕탕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할머니는 딸의 가족이 걱정을 할까 봐 고통을 참고 다친 이야기를 숨기고 있다가 다시 넘어져 다른 한쪽 다리마저 다치고 말았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환자의 표정에서 자신으로 인해 딸의 가족에게 누를 끼치게 된 것으로 미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야기 끝에 딸이 내게 불쑥 한마디를 꺼냈다. “한쪽 다리도 아니고 양쪽 모두 다쳤는데 혹시 디스카운트 안되나요? Buy two, get one free?” 불편했던 분위기가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