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휴식 시간에 교대를 해주러 들어온 간호사 크리스와 초면이어서 인사를 주고받았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자기도 한국인 아들이 있다면서 사진을 보여 주었다. 태어난 지 3개월 때 한국에서 입양한 아이가 지금은 28살이 되었다고 했다. 크리스가 간단하게나마 아이를 입양한 동기와 아이가 지내온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감정이 복받쳐서 부둥켜안고 울고 말았다. 아마도 크리스는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잊을 수 없었던 일들이 생각났을 것이고 나는 한국이 겪어온 입양 사의 아픔이 느껴져서였을 것이다. 그 아이의 부모는 동성동본이라 결혼을 하지 못한 채 임신한 후 입양시키기로 했다. 그때 크리스는 딸아이 하나를 낳고 더는 아이를 갖게 될 수 없어 입양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어떤 모임에 가서 한국 아이를 입양한 사람으로부터 입양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크리스는 그 아이가 출생하기 전 소개를 받고 사전절차를 마쳐 출생 후 3개월이 되었을 때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 아이가 17살이 되던 해 한국과 친부모를 만나게 해주려고 한국을 방문했지만, 아이가 친부모를 만나기를 거부해서 그냥 돌아온 이야기를 할 때 목이 멨다. 크리스의 딸이 어려서 입양한 남동생의 실같이 쪽 찢어진 가느다란 눈이 예쁘다고 자신도 그렇게 성형수술을 해달라고 졸랐다는 이야기를 해서 우리는 울먹이다가 박장대소를 하기도 했다. 

퇴근해서도 크리스와 나눈 이야기들이 쉽게 잊히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서 나를 아프게 했다. 한국의 동성동본이 아직도 유효한지 찾아보니 2005년 완전히 폐지 되었다고 했다. 우리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던 바람직하지 못했던 법이 늦게나마 폐지 되었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