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이현인
회오리치는 겨울바람
카트에 실은 노란 덮개가
공중에서 곡예를 한다
휘리릭 노랑 프리지어가 되어
휠체어에 앉은 노인의 옆으로 날아가
노랑 꽃잎을 펴며 후드득 떨어지자
아찔한 마음을 가다듬고
머리숙여 가져온다
더 이상 바람에 날지 못하도록
카트에 깊숙이 밀어 넣고
프리지어꽃이 된 덮개를 만져본다
노랑 프리지어가 된 나는
어디로 날아가고 있을까
바람은 달콤한 프리지어 향기를 내뿜으며
어머니 방으로 물결치며 들어간다
겨울 폭풍이 몰아칠 때
노랑 프리지어와 함께
홀연히 떠나신 어머니
강렬한 바람의 외침은
내 귀에 소용돌이친다
프리지어 향기에 취해
사진 속에서 눈웃음짓는
단아한 어머니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