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과 이혼-한국일보 여성의창 (2010)
결혼은 서로에게 끌려 주위에서 찬물,
더운물 번갈아 가며 물을 뿌려도 마취에 취한 듯 비몽사몽간에 결혼을 한다. 완전히
눈에 콩깍지가 낀 것이다. 결혼 이후는 마취에 풀릴 것을 대비하여 법으로 서로를 묶어둔다.
그래서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면 죽자 살자 싸워도 헤어지는 것이 어려운 게 결혼의 현실이다.
한때 이혼을 생각한적 있다. 물론 지금도 이혼을 꿈꾸며 사는지 모르지만.
그때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이 우리 친정식구와 아이들이었다. 이제까지 이혼한 친정식구가
아무도 없는데 내가 먼저 첫 테이프를 끊는다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든 생각이었다. 차라리 이대로 사는게 세계인류평화에
기여한다는 선교사의 마음을 가지고 이제까지 살고 있다. 크게 생각하니, 별 것 아니었다.
왜 이혼을 생각할까?
우리는 각자, 결혼 전 쓴 뿌리와 상처를 그대로 가지고 결혼을 한다.
그러니 함께 살 때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부부싸움 도중 왜 이리 분노가 치솟은
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안의 상처 때문에, 똑같은 상황을 보면
‘화’ 가 치솟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남편 탓인 양 이혼을 생각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성격의 차이"보다 더 힘든 것은 "생각의 차이"이다. 타고난 성격은 이해할
수 있지만 생각이 다른 것, 성격이 다르니 생각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지만, 성격은 달라도 생각이 같은 방향인 사람이 있다. 가치관이 비슷한 경우이다. 생각이 다름은 참으로 힘들다. 이때 이혼을 생각한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부부관계는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고 한다. 남편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아내가 존재한다면, 또 아내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남편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한다. 내적으로 상처가 쌓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가 억울해 한다면 억울함을 풀어주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상대가 억울해
하든 말든 내 이기심만 생각한다면 그 상처가 쌓여 결국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것이다.
결혼 전 상대에게 콩깍지가 끼어 예민하게 반응하여 결혼을 결정했듯이, 퇴색되기 쉬운 결혼생활에 다시 한번 상대에게 사려깊은 콩깍지가 끼어 예민하게 반응하는 여유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송희 선생님
드디어 이렇게 만나네요.
반갑습니다.
자주 자주 글로 소통하며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은 문학안에서
가까운 그런 사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