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커피 / 윤성택

 

 

커피에 얼음을 띄우니 잔 밖으로 물기가 생긴다

 

내 생각이 어딘가 스미는 속도,

담아낸 것과 벽이 반응하는 날이

어느덧 나를 여기에 맺게 한다

 

한때 얼음이 견뎠던 열기가 우리였던 적이 있듯

 

저녁이 산란(産卵)하는 빛덩이를

가로등에서 둥글게 섞는다, 밤은 생각이

내려 받은 심장이어서 밤새 별들이 두근거린다

 

스스로를 우려내 향기가 되고자 한다면

새벽에 받쳐져야 한다, 그 아래

걸러지는 꿈을 따라놓는 것이

이 생(生)의 한 잔의 에스프레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진한 침묵을

음미하다 홀로 간이역 불빛으로 남는다

 

누군가 그 안에 들어와 녹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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