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 만에 비슷한 장소에서 tarantula를 만났다. Tarantula 는 사막에서 살아가는 거미와 같은 종류이다. 발견한 tarantula 는 애리조나에 사는 30 여종 중에서 투산에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종류의 하나라고 했다. tarantula 는 350 만 년전에 지구상에 모습을 보인 후 별다른 변화 없이 같은 모습으로 살아왔다.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하지 않고도 지금 이 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더구나 흉측하게 생긴 겉모습과는 달리 자신을 해칠 적과 맞서 싸울 무서운 독을 지니고 있지도 않다. 자신의 안전에 심하게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 한 상대방을 물 거나 해치지도 않는다. 어쩌다 물려도 얼마간의 불편함을 주고 상처를 아물게 해준다. 수컷과 암컷의 구별 또한 흥미롭다. 수놈은 좀 더 검고 가는 다리에 암놈보다 작은 몸집을 지녔다. 발견한 tarantula 는 넓적한 배에 갈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암컷으로 짐작되었다. 평균 수명도 수컷은 12년에서 15년 정도인데 비해 암컷은 25년까지도 장수할 수도 있다.
지난해는 밤에 tarantula 를 발견했다. 손전등으로 비친 tarantula 의 모습이 불빛에 빛나면서 심지어 신비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이번에는 해가 중천에 떠오른 밝은 아침 시간이었다. 뒤뜰 현관문 앞에서 이상하게도 몸이 뒤집어진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지난해와 다르게 낮에 보아서인지 모습이 숨김없이 드러나 신비롭다기보다는 거대하게 불어난 거미 바로 그 모습이었다. 마치 카프카의 “변신”에서 밤사이 커다란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리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왠지 시커멓고 섬뜩한 다리를 많이도 가진 이 흉측한 모습의 거물이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다. 그의 존재가 성스럽게도 느껴지기도 하고 보호해주고도 싶었다. 우선 이 거물의 뒤집어진 모습이 뭔가 불편하고 안쓰러워서 조심스럽게 뒤집어 주고 담장 옆 화단 밑 그늘진 곳으로 옮겨 주었다. 또 몇 장의 벽돌을 옆에다 쌓아주어 보호벽도 만들어 주었다. 지난해 만난 바로 그 tarantula 일까… 그렇다면 우린 꽤 오랫동안 한 지붕 한 가족으로 함께 살아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