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6 20:44
하와이는 제2의 나의 고향이다.
이민자들이 서울이라는 단어에 향수를 느끼듯이 하와이는 생각할수록
가슴이 뭉클해지는 마음의 고향 이다.
내가 처음 미국 땅을 밟은 곳이 하와이다.
연방정부 공무원 생활도 이곳에서 시작했고, 실망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도록
꿈과 낭만을 심어준 곳이기도 하다.
문화와 풍습의 벽을 뛰어넘어야 했던 지난날의 인내와 노력들이 떠오른다.
직장에서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어깨는
언제나 피곤함에 지쳐있었고, 눈은 늘 젖어있었다.
무지개가 걸린 윌슨터넬을 지나 펼쳐지는 카네오헤 바다의 아름다운 정경도
무심히 외면하는 나날을 보내기도 헀다.
하와이는 나의 젊은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어머니의 가슴처럼 포근한 곳이다.
새로운 근무지를 찾아 와싱톤주로 온 지도 20년.
내가 바랐던 것보다 더 좋은 위치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정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꼭 하와이를 가야겠다고 다짐한 이유가 있다.
아름다운 하와이 날씨도, 풍경도, 카네오헤 바다를 바라보던 옛집이 그리워서도 아니다.
하와이에는 90이 넘은 엄마가 혼자 살고 계시기 때문이다.
하와이인들의 독특한 옷차림과 미소가 나를 매료시킨다.
한길까지 마중 나올 엄마의 얼굴을 그리면 절로 신이 난다.
얼마만이지? 지난번보다 얼마나 늙으셨을까?
마음만은 언제나 젊은 엄마 생각에 조급해진다.
내가 와싱톤 주로 전근을 가던 마지막 밤, 내 짐을 차에 옮겨 주시면서 많이 우셨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생경하게 그려진다.
“엄마, 나하고 같이 살아요.”
“너 하고 같이 사는 것도 좋지만 친구도 있고, 내 할 일이 있는 하와이가 난 좋아.
작은 학원이지만 내가 즐겁게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이니?
때로는 외롭고 슬플 지라도 아직은 하나님이 건강을 주셔서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며 어머니는 날 위로하셨다.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덧 20년 이란 세월이 흘렀다.
내가 하와이에 오면 엄마의 하루 생활은 생기가 돈다.
그 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같이 한다.
새콤달콤한 초장에 비빔밥도 만들어 먹고, 영화 구경도 가고, 쇼핑몰도 다니며 눈요기도 한다.
때로는 황혼이 지는 와이키키해변 모래사장에 앉아 초롱초롱
반짝이는 별들과 친구가 되어 그립던 지난날의 이야기보따리를 털어놓고
기쁨에 사무쳐 눈물 짖기도 한다.
주일에는 교회 예배도 함께 참석해서 엄마와 딸이 서로를 위해 기도를 한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일주일이란 시간은 너무 짧고 아쉽다.
엄마는 재주가 많으신 분이다.
동생과 내가 어렸을 때 입었던 옷은 대부분 엄마가 손수 만들어 주셨다.
수입 천을 구해 몸에 꼭 맞게 옷을 만들어 주셨다.
자투리 천으로 내 긴 머리 양쪽 끝에도 큰 리본을 달아주셨다.
색다른 옷을 입은 나는 눈에 띄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요기거리가 되기도 했다.
우리 집은 늘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집이었다.
엄마는 피아노를 잘 치셨다.
친지들이 결혼하면 늘 웨딩곡을 치셨다. 은반을 구르는 피아노소리를 들으며
난 꽃바구니를 들고 엄마가 해준 예쁜 천사 옷을 입고
내가 결혼한 것처럼 꽃을 뿌린 적도 있다.
맨틸손의 결혼행진곡을 연주하는 엄마가 신부 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치는 엘리제를 위하여, 은파, 소녀의 기도 와 꽃 노래를 담장 밖에서 들으며 다녔다.
지금도 피아노 명곡을 들으면 마음이 아련해지고 그리운 옛날로 돌아가고파 진다.
이별은 언제나 아프고 슬프다.
“엄마, 6개월 후에 또 올게. 아프지 말고....”
목메어 말끝을 흐린 채 차를 몰고 골목을 빠져 나오면
어김없이 아름다운 무지개가 하늘에 떠 있었다.
어머니와 내가 가슴에 담고 못 다한 말들이 일곱 빛깔의 절묘한 조화로
푸른 창공에 띄워져 이별의 시간을 달래주곤 했다.
무지개는 어머니와 나를 이어주는 태반 속의 젖줄 같은 소중한 끈이다.
무지개를 보면 환하게 웃으시며 마중 나오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무지개는 곱고 고운 어머니의 마음을 꼭 빼 닮았다.
무지개만 보면 설레도록 가슴이 흥분되는 이유도 어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지개는 엄마와 나를 이어주는 다리임이 분명하다.
살아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요,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엄마가 계셔 내가 찾아갈 곳도 있고, 그곳에는 선명한 무지개를 볼 수 있어 참 좋다.
하와이는 낭만 과 꿈이 살아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
그곳에 추억이 있고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그 행운을 낚으러 나는 마다 하지 않고 태평양을 건너 다니면서 희열에 잠긴다.
그곳엔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다.
2018.02.06 21:51
2018.02.07 18:17
이현숙 선생님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방에 오니, 이현숙님이 정말 많이 수고 하시는 것이 눈에 보이네요.
하나하나 저에게 친절하게 가리켜 주셔 글을 올릴 수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뵈요.
2018.02.06 21:53
'엄마!'
마음의 고향이죠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니
부럽습니다.
살아 계실 때
자주 뵙고
자주 통화하고
자주 사랑의 말씀을
나누세요.
2018.02.07 18:22
네 저는 럭키에요.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몰라요.
자주 통화하고 찾아 뵈어야 하는데, 요즈음 저의 남편이 Hip Replacement 수술을
받아서 지금 못 가 뵙고 있답니다. 3월 초에는 민주 평화 통일 자문 회의 일원이여서
한국에 나가요. 4월이야 시간이 되니 요즈음 공연히 불안합니다.
고마워요.
2018.02.07 07:51
흐르는 음악과 함께 한편의 영화 속으로 뻐져 드네요
김혜자 선생님의 글에서 무지개 빛깔의 행복을 느낍니다
서재 입주를 환영합니다!
2018.02.07 18:24
정조앤님 서면으로 인사 드립니다.
재미 수필 회계를 담당하시던 군요.
앞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서재 입주 환영 감사드립니다.
김혜자 선생님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몸은 멀리 있지만
서로 교류하며
함께 문학안에서
문우의 길을 걸었으면합니다.
<김혜자의 문학서재>가 알차게 꾸며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