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일요일 오전 여섯 시. 그야말로 결전의 날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2월 1일에는 헌팅톤 비치 마라톤이 있고, 3월 15일은 LA 마라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새벽 연습 시간에 거의 삼십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LA 마라톤은 풀 마라톤밖에 없어 모두들 엄청 연습을 한다. 주말 연습은 기본이고 개인별 주중 연습과 수요일에 있는 특별 트레이닝까지 '빡세게' 받고 온다. 정말 존경스럽다.
작년 4월 5일에 LA Runners Club에 조인하여 10개월에 접어든 지금, 나 역시 알게 모르게 많이 늘었다. 앓는 소리를 할 때마다, "연습만 열심히 하면, 몸이 말해 줄 겁니다" 하더니 그 말은 불변의 진리다. 걷다가 뛰다가 해도 1마일도 채 못가 헉헉대던 내가 그나마 10마일을 따라 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겨우 겨우 따라가도 뿌듯한 것만은 사실이다.
어제 장거리 훈련은 좀 힘들었다. '바람'까지 갔다가 다시 언덕을 넘어 되돌아 오는 코스였다. 13.5마일을 처음 뛴 이후로, 발바닥과 왼쪽 무릎 아래가 아파 힘들던 터였다. 어제는 처음으로 반마일을 마저 채우지 못하고 강원장님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무리하다가 정작 시합 당일, 가지 못한다면 그것같이 억울한 일은 없을 터. 조심하기로 했다.
오늘은 단거리 훈련으로 6마일만 돌아오는 날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달렸던 길이 가슴을 활짝 열고 맞이해 준다. 어떤 사람은 자전거 타기로 언덕을 오르고, 어떤 사람은 달리기로 오르고, 또 어떤 이는 빠르게 걷기로 오른다. 길은 같은 길이로되 오르는 방법은 제 각각이다. 물론 목적지는 같다. 마치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
빨리 간다고 뽐낼 일도 아니고, 늦게 간다고 기 죽을 일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자기 속도에 맞추어 자기 방법대로 가면 된다. 달리기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다. 일본말에도 '무리오 수루또 뵤오끼니 나리마스'라고 무리를 하면 병이 난다고 경고를 준다. 사십 여 년 전, 일본어 기초를 배울 때 들은 얘기를 달리기할 때마다 되새기곤 한다.
나의 속도는 현재 마일당 12분이다. 그 정도 뛰었을 때 심장에 무리가 없는 것같다. 10분대로 뛸 수는 있지만, 그렇게 뛰면 3마일만 뛰어도 숨이 찬다. 마라톤은 장거리 운동이다. 늦게 가더라도 완주가 첫째 목적이다. 중간에 지쳐 포기하게 된다면, 아니 뜀만 못하리라.
나는 이번 하프 마라톤 속도를 마일당 12분대로 잡고 있다. 13(마일) 곱하기 12(분)이면 총 156분. 2시간 36분이다. 거기에 중간 중간 물 마시는 시간10분을 감안하면, 2시간 46분.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신, 삼등분하여 몸이 풀리는 5마일부터는 속도를 좀 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내 몸이 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아무튼, 두껑은 열어봐야 하는 법.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완주를 목표로 뛰어야 겠다. 불안하면서도 설레는 이 마음. 사랑하는 사람이 다방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심정과 꽤나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