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랑 / 김영교
그 날도 문학모임 약속장소에 시간 알맞게 도착했다. 안도하며 실내를 둘러보는 순간이었다. 턱이 진 바닥을 보지 못해 미끄러지듯 넘어졌다. 아픈 것은 고사하고 창피했다. 근처 한의원을 찾아 침 치료를 받고 여러 날 멍과 삔 고통을 견뎌야했던 기억,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대개 발은 낮고 보이지 않는다. 신체중 너무 주인 말 잘 들어 주인은 별 관심을 두지않고 부리기만 한다.
연초 대형 교통사고 후 내 몸 하단이 좀 수상하다. 체중이 없는데도 발바닥 감각이 점점 둔해져 뒤뚱한다. 오른 발이 더 심하다. 운전을 하는 발이니 심상치 않다. 혹시 이런 증세로 넘어지기라도 하면 주위에서 걱정을 한다. 발이 빨간 불을 켜 자기의 고충을 알리자 주인은 모양보다 편함 위주의 낮은 신발을 신긴다. 그 숫한 세월, 몸무게를 지탱해주는 그 밑바닥 발을 혹사했나보다.
두 발이 평생 걷는 거리는 지구 세 바퀴 반 정도라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몸에는 206개 뼈가 있고 발에만 52개의 뼈와 38개의 근육, 그리고 214개 인대가 분포돼있다고 하니 과연 발의 중요성과 그 구조의 미묘함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발에는 몸무게를 지탱해주는 역할과 보행의 기능이 있다. 발이 인체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는 발에 많은 경혈이 모여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꼭 오장육부가 분포 돼 있는 것과 동일해 전신의 축소판이라고 여겨 신체부위가 탈이 나면 발을 통해 그 부위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도 있다고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해 대만 여행 중이었다. 강행군으로 피곤이 겹쳐 쓸어 질 뻔, 그 때 발지압으로 축적된 피곤을 내몰고 활기를 되찾은 경험이 있었다. 깊은 나무통에 약초를 풀어 우려낸 따끈한 물에 한 참 발을 담궈 두었다. 편하게 눕는 듯 기댄 자세로 흰 가운 입은 한방의사의 발지압 치료를 받았다. 김 오른 아로마가 피곤을 쫒고 편안한 자세는 잠을 불러 올 정도였다. 그 첫 경험이 아프기도 했지만 시원한 아픔, 기분 좋은 아픔으로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요사이는 약식 발 지압이 유행인 것 같다.
발을 또 하나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발이 혈액순환의 원동력이 돼 주기 때문이다. 두한족열이라고 해서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는 것이 현대의학 측면에서 보는 건강 견해다. 발 지압을 통해 발을 따뜻하게 해주면 체내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산소와 영양분으로 가득 찬 깨끗한 혈액을 분비, 그 때 더러워진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디톡스 기능을 하는 것이다. 기분까지 상쾌해져 불면증이 있을 때 숙면에 도움이 되니 수면장애가 있으면 누구나 한번쯤 시도해봄직도 하다. 혈액순환이 순조롭게 되어서일까, 내 경우 저림도 약해지는 듯싶었다.
발 지압은 건강을 지키는 일종의 치료법으로 중국 동양의학에서 전해 내려왔다. 경쟁과 스트레스, 여러 종류의 통증을 완화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입증 된지 오래다. 우리 인간의 몸은 15,000개가 넘는 신경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약물보다 지압 등 대체의학의 자연요법이 더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그 증거이다. 이 대체의학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최소의 노력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 발 지압 방법이야 말로 손가락으로 또는 침봉으로 집에서 TV를 보면서 쉽게, 언제나 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고 시도하기 쉬워 완전 무공해가 아닌가. 내 몸의 통증 완화 비법이 이렇게 간단하니 그야 말로 선물이란 생각이 든다.
차사고 후 간단한 족욕을 자주 한다.. 족욕기 <각시발>이다. 특징이 온열 건식 사우나이다. 책상 밑에 두고 글을 쓸 때 발을 담근다. 산책할 때 휘청거리는 발걸음이 많이 교정된 것이 신기하다. 나이가 들면 뼈와 뼈를 둘러싼 인대와 조직이 노화되는 것은 자연현상이라고 배웠다. 최대한으로 노력해서 지연 내지 방지하자는 게 내 주장이다. 고통 멀리, 발사랑 지금, 이때 내가 선택한 제일 쉬운 처방이 바로 발 지압, 족욕 등 발 건강이었다. 이는 따뜻한 물 없이도 발의 차가운 기운을 제거하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발을 열에 담그는 습관은 발을 통해 온몸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기 때문이다. 의사 처방 없이도 전신건강이 유지되는 족욕을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어 여간 고맙지 않다. 일상생활 속에서 약을 먹지 않고, 병을 다스리는 방법이야 말로 웰빙 치료 아닌가. .
체온이 올라가면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는 것 쯤 세상이 다 알고 있다. 또 발이 더워지면 혈액순환도 잘 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 회복에의 느낌은 사랑받고 있을 때 온다. 발이 아프고 저리다고 계속 신호 보내오는 발의 말을 심각하게 귀담아 들어줄 일이다. 최소한의 답례다. 낮고 감추어진 발의 웰빙을 위해 칭얼대는 통증을 달래고 쓰담아 많이 사랑 해 줄 일만 남아있다.
친구 이태영 작품 5-25-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