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평화가 숨쉬는 언덕,몽마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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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사크레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é-Cœur).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 최정상에 들어선,83m 높이 초대형

비잔틴풍 교회다. 파리 전체가한눈에 들어오는 관광객 인증 셀카

무대로 유명하다.찾아간 날, 때마침 영어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유럽 모든 교회가 그러하듯 연말연시 설교의 중심은
메아 쿨파(Mea Culpa)다. '내 잘못이다'라는 의미의

라틴어다.투아 쿨파(Tua Culpa·네 잘못이다)가 아닌,
참회와 고백이 연말연시 유럽인의 기본 자세다.

흔히들 몽마르트르라 하면 화려한 예술부터 떠올릴 듯하다.
물랭루주(Moulin Rouge)를 배경으로 한 캉캉춤과 감미로운

샹송,샴페인과 프랑스 요리로 채워진 낭만의 공간이다.
그런 이미지는 19세기 말 이후 모습이다.
이전까지는 가난과 압제가 표류하는 차가운 땅이었다.
파리 북쪽에 들어선 황량한 빈민가,
죽음의 무대가 어제의 흔적이다. '순교자의 산'이
몽마르트르의 원래 의미다.

몽마르트르가 유럽 역사에 등장한 것은 1871년 3월 28일이다.
카를 마르크스에게 한 번이라도 빠진 사람이라면 주문처럼
외우는 파리코뮌 탄생일이다. 같은 해 5월 28일까지 3개월간
공산 독재 프롤레타리아 해방구로 기록된다.
대포알이 오가는 시가전 끝에 2만여 시민이 희생된다.
사크레쾨르는 파리코뮌 4년 뒤 착공된, 2만 영혼을 위한 위령소에
해당한다. 문화 도시 파리를 창조해낸 몽마르트르 예술은
그 이후 풍경이다. 시신으로 뒤덮인 언덕 전체가 진선미의
공간으로 진화한 셈이다. 프랑스인에게 몽마르트르는 낭만 이전에,
동족상잔(同族相殘)의 현장으로 통한다.

대성당 천장에는 양팔을 벌린 예수 성화가 들어서 있다.
파리코뮌 희생자는 물론 당시 진압 작전에 나선 정부 관계자
모두를 포용하는 신의 용서이자 축복이다.
2020년 현재 149년 전 역사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의를 독점하며 비난하는
'투아 쿨파'가 아니라, 사랑과 평화를 기원하는 '메아 쿨파'만
울려 퍼진다. 예술뿐만 아니라 인간의 품격이 숨 쉬는 언덕,
바로 몽마르트르다.

출처 :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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