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2
2018.02.25 00:12:21 (*.237.44.129)
227
2dffbe725813d8e5bdd802a7cf6bc4e5.jpg

벌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LA 근교에 있는 풀러턴은 가을이 무척 아름다운 동네이다. 친구 찬이네 집 뒷길이 단풍으로 풍경화를 그렸던 그 해 가을, 그 뒷산 풍광은 내 기억의 방에 지금도 아름답게 일렁이고 있다. 문학 동아리 모임이 그 동네 공원에 있는 날이 오늘이다.

문우 조엔과의 약속은 아침 7시 20분 우리집 게이트 앞에서 출발이었다. 느긋하면서도 빈틈없고 서두르는 듯 힘찬 운전 솜씨에 91번 E. 고속도로는 비켜주는 듯 확 트여 있었다. 일찍 당도하였다. 장소 찾기 쉽게 입구 가까이 자리 잡은 뚜렷한 큰 글씨 베너가 금새 눈에 띄여 반가웠다. 우리 보다 더 일찍 도착한 임원 일진은 아주 넓고 쾌적한, 비어있는 picnic table을 둘이나 차지하고 기다림에 있었다. 나무그늘도 알맞고 탁 트인 경관도 시원했다.


입장료가 있어서 일까? 깨끗하게 잘 관리된 공원, 햇살이 숨어 아직 쌀쌀한 오전인데도 운동복 차림의 걷는 사람들이 활기차 보였다. 테니스 코트장 옆에 차를 세워두고 짐을 나르기 시작했다. 우선 테이블과 벤치를 물수건으로 우리 집 밥상 치우듯 깨끗이 닦았다. 준비해온 바베큐, 과일, 음료수, 간식 스낵 그리고 집밥 반찬들을 빨간색 책크 무늬 테이블보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참외는 껍질을 깎아서 씨를 대충 빼고 썰어 담고 뚜껑을 꼭 닫아 두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았다. 10시 까지는.


일어나 목운동 부터 약간의 기본 운동을 시작했다. 허리부터 뻣뻣한 목 좌우 두리 번, 눈알도 상하 두리 번, 수족을 움직여주면서 근처를 뱅뱅 돌며 걸었다. 푸른 잔디 사이 길은 평탄해 걷기에 편했다. 뺨에 와 닿는 아침 공기가 싱그러웠다. 뭐 더 할 일이 없나 살피는 내 시야에 잡힌 지저분한 바베큐 그릴, 다가가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포일을 둘둘 말아 즉석 솔을 만들어 닦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끝내 깨끗해진 걸 보니 내 기분이 퍽 좋아졌다. LA갈비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냄새와 맛을 상상하며...


앞서 2개의 긴 테이블과 의자 닦기를 끝낼 무렵 이미 더러워진 손은 기름 때가 질척했다. 화장실 에 가서 형편없이 더러워진 내 손과 손톱사이의 찌든 기름 숯 땟국을 씻어댔다. 씻어도, 씼어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았다. 손톱사이에 낀 숯 검댕이 문제였다. 오른 쪽 소매 끝도 굴뚝 소제부의 땟국처럼 덕지덕지 꺼먼 기름 땟국이 묻어있었다. 단념하고 손톱을 감추고 돌아와 조용히 앉고 말았다.


욱어진 수풀과 나무들, 넓을 공원 초록 잔디는 아름다운 조경으로 푸근해 보였다. 저 만치 김석연 목사님이 잔디위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 계셨다. 가까이 가보니 손톱을 깎고 계셨다. 번개 아이디어가 떠올라 염치불구하고 nail clipper를 빌렸다. 딱 딱 딱 내 천덕꾸러기 손톱을 바트게 잘라내기 시작했다. 열쇠꾸러미에 함께 달려있는 무게 때문 여러 번 내 손을 벗어나는 손톱 깎게는 뒤뚱댔다. 생각보다 한참 걸렸다. 나는 시간 드려 공 드려 손톱을 아주 짧게 잘라냈다. 오른 손, 그리고 왼손 차례로 숯 검댕이 기름 때를 손톱과 함께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기금 때 더러워 진 옷은 세탁하면 되고 .... 이런 궁여지책도 도움이 된다싶어 가슴이 후련했다.


공원에서 손톱 깎는 여자, 아름다운 수필 제목같지만 내 모습은 분명 꼴불견이었을 것이다.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다. 나로선 부득이했다고 변명하고 싶다. 못견뎌 한것은 마음 기름 때가 아니었을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주위에서 그렇게 이해해 주었을까? 문득 세상 살아가면서 일 처리나 사람관계에서 서뿔리 내 편견의 잣대로 속단 한 적은 없었는지 자신을 살펴보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처한 나름대로의 형편과 사정이 있겠거니 설명 없어도 지금부터는 그냥 이해하며 살리라 그런 마음이 생겼다.


오른 쪽 손마디가 요즈음 많이 아팠다. 정원일을 많이 해서인지 관절염 인지.... 그 날 오른 쪽 두 번째 손가락 마디에 벌침이 꽂혀졌다. 선교치료 벌침은 김석연 목사의 전문분야였다. 지천인 크로버 꽃 주위를 낮게 맴도는 벌을 잡아 벌침을 옮겨 꽂는 손놀림은 참으로 섬세했다. 처음 5-6분 동안은 강도 높은 쑤심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오늘은 셋트로 손과 손톱 수난의 날이구나 싶어 혹사한 몸주인인 내가 많이 미안했다. 참고 견딘 보람일까 귀가 길에 그 아픔은 사라졌다. 신기하기만 했다. 후속치료차 목요일 댁으로 오라하셨다. 지금 미국사회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는 동양한의학, 침술, 벌침의 신비....반가운 일 아닌가. 한 치 의심도 없이 믿고 순종하는 이 마음이 이미 회복에 한 발 다가감이라 느껴졌다. 벌침이 내 몸속에 들어가 통증을 경감시키는 한방 치료가 자연과의 합일에서 얻어지는 치유효과구나 마음에 확신이 왔다.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부쩍 키가 자란듯 행복한 날이었다. 치료도 받고 고마운 후속치료가 약속으로 남겨졌다. 부신 5월의 푸르름을 폐부 깊이 마시며 즐긴 나는 윙윙 낮게 날아다니는 벌 떼처럼 어느 듯 공원 가족이돼 있었다.

profile
Comment
2018.02.25 20:19:21 (*.168.207.98)
이현숙

벌침하면

김석연목사님이시지요.

항상 문인들의 건강을 책임져 주시는 목사님.

또 그 고마운 마음을 글로 옮겨주신 김영교 선생님.

모두 멋지세요.


Attach

Drag and drop your files here, or Click attach files button.

Maximum File Size : 0MB (Allowed extentsions : *.*)

0 file(s) attached ( / )
No.
Subject
Author
2 댓글 난인가요?
김영교
Feb 27, 2018 144
벌침과 손톱 / 김영교 1
김영교
Feb 25, 2018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