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세 부부가 만났다. 저녁밥을 잘 먹고 소파에 몸을 반쯤 눕힌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민 초기에 만나 35년동안 함께 한 허물없는 친구들이라 졸리는 눈을 비비며 가끔은 혀 꼬부라진 소리도 한다.

 

뜬금없이 앤나 아빠가 말한다.

어제 신문에 보니까 50대 부부가 이혼을 하려는데. 재산 때문에 싸우다가 남자가 여자를 때렸대.

그런데 그게 잘못되어서 그만 여자가 죽어버렸다네. 판사가 형을 10년 구형했대.

앤나 엄마가 발끈한다. 아니, 겨우 10년?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앤드류 엄마가 반문을 한다. 누가 죽었다고?

소파에 반쯤 누운 앤나 엄마가 부엌 쪽을 쳐다보며 큰소리로 말한다.

50대 부부가 이혼을 하는데 남편이 여자에게 돈을 안 주려고 때려서 죽여 버렸대.

나는 빵 웃고 말았다.

1분도 안되었는데 한 다리 건너니까 말이 무시무시 변해버린다.

이혼을 앞 둔 부부가 재산 분배 문제로 싸우다 남편이 잘못 때려서 죽은 여자가,  재산을 안주려는 남편한테 맞아죽은 여자가 되었다.

말의 변화무쌍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