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일이다. 친한 친구를 다른 모임의 일원으로 초대를 해서 함께 다녔다.

워낙 착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라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인기였다.  

천성이 무뚝뚝하고 세심하지 못한 나는 친구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그저 보기 좋았고

내 일에만 신경을 쓰느라  자상하게 챙겨주지 못했다.

 

친구는 내가 없어도 잘 어울렸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는 따로 만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이상했다. 친구가 나를 대하는 느낌이 옛날같지 않았다. 

섭섭한 행동이 툭툭 불거져나왔다. 나도 섭한 마음이 슬슬 미움으로 변하려고 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터졌다. 

"나를 여기에 데리고 와서는 무관심하고..." 여태껏 대하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얼굴로 나를 비난했다.

둘 사이의 마음에 금이 가 있었다. 

 

투닥투닥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었다.

워낙 서로가 신뢰하는 좋은 친구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은 사이였다면 

평소의 내 성격대로 아무 말도 섞지 않고 휙 돌아설 뻔 했다. 

그녀라는 존재를 무시하고 내 관심 밖으로 내어보내버리면 그만이었다.

굳이 말을 섞을 필요도 시간을 함께 나눌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친구와는 그렇게 헤어질 수가 없었다.

중간에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우리의 친구 사이를 질투한 것이었다.

우리의 우정은  더욱 깊어졌다. 둘이는 오히려 이간질 한 사람을 멀리했다.

 

질투가 얼마나 나쁜 감정이며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인지 그때 깊이 알게 되었다. 

그것은 이미 태초부터 확인된 것이다. 가인도 질투 때문에 아벨을 죽였고

요셉도 형들의 질투 때문에, 다윗도 사울의 질투 때문에 엄청난 시련을 겪지 않았는가.

가끔 나도 누군가가 부러워서 질투가 날 때도 있다. 그럴때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저 사람의 행운이나 경사가 너에게 어떤 영향을 주니? 너 인생이랑은 상관없는거야.

네 삶에 아무 의미도 없는그런 일에 왜 아까운 감정을 낭비하니? 

그러고 나면 진심으로 그를 축하해주는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이 나를 질투해서 일어나는 일에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멀뚱이 영문도 모르고 당할 뿐이다. 

지난 몇 년간 유난히 질투심이 강한 사람을 여럿 만났다. 피해도 많이 입었다.

그런 사람은 상대방의 삶은 물론 자신의 삶도 황폐하게 만든다. 질투라는 감정이 자신도 괴롭힌다는 걸 모르니 딱한 일이다. 이젠 그런 류의 사람과는 아예 가까이 어울려야 할 상황은 피한다. 그와 함께 세월을 엮는 일은 내 인생의 재앙이기 때문이다. 인간 관계에도 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아니 장벽을 쳐야할 때가 있다는 걸 알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대하는 내 마음의 용량이 작아지는 걸 느낀다.  몸에 근육이 빠지듯  인간관계에서 오는 감정의 색도 바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