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이 온통 소란하다.

하필 이 시간에 미국사람들에게 최고 인기 스포츠인 슈퍼보울이 있다.

오늘의 게임은 휴스턴의 NRG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뉴잉글랜드의 페이트리어츠 팀과 애틀란타의 펠콘스 팀의 시합이다.

자리에 앉자말자 사람들의 관심으로 비행기 안이 웅성거리더니 본격적인 시합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마구 터져서 엘에이까지 가는 다섯 기간이 참 괴롭겠구나 싶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내 뒤의 좌석에 앉은 세 사람이다. 그들은 단단히 의기 투합하여 고함을 지르면서 흥분한다. 내 좌석을 발로 차는지 어쩌는지 내 등도 함께 들썩거린다. 비행기도 잘못 탔는데 자리까지 최악이다. 승무원을 불러서 뒤 사람들 좀 조용히 시켜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지만 분위기상 그건 어려울 것 같다. 둘러보니 앞 좌석의 뒤에 붙은 작은 TV에 게임을 켜 둔 사람이 약 3분의 1 가량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다른 채널에서 영화를 관람하거나 음악을 듣는다. 고개를 숙이고 컴퓨터와 책을 들여다 보는 사람도 있다. 어느 한 사람 머리를 빼어들고 소란스러운 사람들을 째려보거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다.

시합은  3쿼터 중반까지 패이터리어츠 팀이 실력 발휘를 못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기는 모양이다. 경기가 반전된다며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이제 끝이 나려나 했는데 두 팀이 동점이라  연장전까지 끌고 간다고 한다. 엎치락 뒤치락 드디어  패트리어츠 팀이 팰콘스를 역전승을 했나보다. 그 바람에 비행기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특히 내 뒷좌석의 세 사람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맥주 캔을 서로 부딪히며 요란을 떤다. 그러나 경기 관람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요동조차 하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하고있다. 옆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마치 축제를 즐기는 듯한 사람들의 안하무인도 놀랍지만 조금의 내색도 없이 그들의 흥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내심도 놀랍다.

드디어 시합이 끝이나고  분위기가 갈아 앉았다.  뒤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며 주고 받는 말이 들린다.

" 너 이름이 뭐지?"

"응, 내 이름은 져스틴이야. 너는?"

"나는 제사카야, 너는 ?"

"나는 마크야. 만나서 반가워"

세 사람은 이제서야 서로  첫 대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단숨에 하나가 되어 축제를 만들어 함께 즐기는 그들의 열린 마음 또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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