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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마켓에 갔다.

 비가 온 뒤라 야채값이 많이 비싸졌다는 말을 들은터라 야채코너부터 먼저 가 보았다. 소문에는 파 한 단에 1불 한다고 하던데 웬걸 굵직굵직하고 싱싱한 파가 세 단에 1 불 이란다. 제일 먼저 파 부터 집었다. 마치 공짜라도 되는 양 기분이 좋다.

 사실 1불이라면 정말 별 것 아닌데 이럴 땐 왜 이렇게 커 보이는지 모르겠다. 식당에서 팁을 낼 때도 그렇다. 8불을 내는 것과 9불을 내는 것은 겨우 1불 차이인데도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1, 2불 더 주는 것이 큰 선심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라 뿌듯하기까지 한다.

 

 파를 카트에 집어넣고 고구마를 골랐다. 고구마를  카트에 넣으려고 돌아보니 낯 선 카트가 옆에 있다. 내 것에는  사과 두 봉지하고 블루베리와 파가 담겨져 있는데 여기에는 오렌지하고 파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 것은 저 건너편에 홀로 서 있다. 정신없이 남의 카트에다 파봉지를 담고는 끌고 왔구나 싶어 얼른 파를 꺼내어 들고 내 카트로 왔다. 내가 돌아서자 월남 여자 둘이서 오렌지 가 든 카트를 밀고 정육점 코너로 갔다.

 

 계산을 끝내고 집에 와서 정리를 하니 파가 두 봉지나 나온다. 내가 고른 파와 남의 카트에서 가져온 파다. 졸지에 파 풍년이 든  나야 문제가 없지만 그 월남 여자는  얼마나 황당할까. 도깨비에라도 홀린 듯 자기가 한 일을 되짚어보고 또 되짚어보고 하겠지. 미안한 마음은 잠시. 황당해 할 그 여자 모습을 상상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카트 물건을 슬쩍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실실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