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인사

 

4월이 되면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벨테르의 편질 읽노라. ‘ 멜로디를 머리속으로 흥얼거리게 된다. 교정의 등

나무 아래에 앉아 눈부신 햇살을 바라보며 부르던 그때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나기 때문이다. 갈

래머리 여고생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해마다 베르테르의 슬픔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 으로도 봄은

나를 설레게 하는 계절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않고 가슴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가 가끔씩 고개를 들고 일

어나는 기억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우리가 산다는 건 그저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촘촘히 생을 엮는 작업이다. 사건을 사람을 감정을 모두

날줄과 씨줄로 서로 얽는 일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2016년은 우리 협회의 역사에 색다른 실로 큰 무늬를

만드는 해가 될 것이다.

 

2013년에는 동네방을 만들어 지역별 모임을 결성함으로써 각 회원간의 교제는 물론 글쓰기에 활력을 주었

고, 2014년에는 ‘재미수필문학상’을 제정하여 해외한인들의 수필쓰기에 도전과 자긍심을 주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자체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지난 2009년에 Daum 카페를 오픈하여 7년 여 동안 운영해 왔으나

이제 우리 협회의 사이즈나 위상으로 볼 때 자체 웹사이트를 충분히 운영할 능력이 있다는 판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집을 커다란 빌딩으로 우뚝 세웠다. 이 넓고 쾌적한 곳에서 작품도 발표하고 골방에서

        나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깊은 마음도 슬슬 풀어놓으면서 글쓰기와 한결 친해지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새로 마련한 홈페이지에는 각 개인 서재가 주어졌다. 커다란 주택단지에 예쁜 개인 집이 지어진 셈이다. 집

마다 주인의 외모와 성격과 성향이 다르듯이 이 개인 서재도 모두 특유의 향기를 뿜는 공간이 되어 작품은

물론 취미, 지식, 생각을 마음껏 펼치며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방이 되기를 바란다. 이웃에 마실 가듯 다

른 방도 기웃거리며 온라인상에서도 활발한 회원간의 교제가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 작업을 위하여 약 2개월 동안 정조앤 회원이 참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앞으로도 홈페이지를

책임지고 운영해 주실 것에 감사드린다.

 

5월에는 본국의 문학평론가 임헌영 교수와 함께 하는 중부 인문학기행 행사가 있다.

이것은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헤밍웨이를 비롯하여 존 도스 페소스, 마크 트웨인, 윌리엄 포크너, 롱펠로우,

테네시 윌리엄스 및 시카고 문인그룹 등, 유명 작가들이 남긴 작품의 배경과 미시시피강을 중심으로 펼쳐

진 삶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면서 그들이 살고간 시공간을 함께 체험하고자 하는 여행이다. 미주에 살고

있는 문인으로서 적어도 미국의 유명작가에 대해서만큼은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의도에

서 기획되었다. 더불어 문학기행으로 탁월한 강의를 하는 임헌영 교수의 강의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좋

은 기회로써 유명 작가들의 업적과 그들 작품에 대한 문학적 가치와 풍성한 감성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8월에는 본 협회를 비롯하여 미주문협, 미주소설가협회, 재미시인협회 등 4개 단체 연합 문학캠프가

있다.

수필강사로는 현재 경일대학 교수로서 수필 평론가, ‘수필미학’ 주간으로 활동하는 신재기 교수이며, 시강

사로는 천양희 시인, 평론강사로 김현자 교수를 모셨다.

 

위와 같이 협회를 통하여 많은 행사와 일을 함으로써 2016년이 우리 삶의 한 귀퉁이에 불을 밝히고 가끔씩

가슴을 설레게 하는 추억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

 

<2016년 퓨전수필 협회장 에세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