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더워 골프 치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꾸역꾸역 티 박스 위로 걸어올라가던  K가 한마디 했다. 

"우리가 이런 고역을 왜 치르고 있나."

"그러게. 참, "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다가 기어이 S가 한마디 한다. 

"나는 요새 사는 게 너무 재미가 없어."

그 말을 받아 K도 한마디 한다. 

"나도 그래,  세상 사는 게 왜 이리 재미가 없고 무의미한가 몰라."

아래에서 멀뚱멀뚱 세 사람을 쳐다보고 있는 나를 내려다 보며  H가 한마디 던진다. 

"재미있게 사는 사람은 민희 뿐인 것 같아."

"맞아, 맞아. 민희가 제일 재미있게 살아." 

괜히 내게 웬 시비?  그렇다면...  나는 어깃장을 부렸다.

"맞아, 나는 너무 재미있어. 사는 게 재미있어서 죽을 지경이야.  내가 만일 미쳤으면 너무 재미있어서  미친 줄 알아. 모두들."

예상 외의 내 대답에 친구들이 손뼉을 치며 웃는다. 내가 한 술을 더 떴다. 

"세상이 이리 재미있는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태어났을 걸"

남은 홀 내내 와글와글 웃느라고 공이 엉망으로 날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