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하늘은 마치 불에 달구어진 양철처럼 불그스럼하다

구름사이로 쏟아져나오는 바람도 뜨거운 화기(火氣)를 몰고 다니니 재앙의 날이 이럴까.  

사정없이 쏟아져내리는 낙엽 때문에

뒷마당에 널어둔 대추를 거두어들인다.

산타아나 바람에 애나하임 힐 동네 산불이 더욱 거세어진다.

얼른 텔레비젼을 켰다.

3,000~4,000 에이커의 산이 불에 휩싸였고

3,000 세대가 피신을 했고

500여 명의 소방대원이 활약 중이란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 산불이 번지고 피해가 생길 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산불이 올해는 그 규모도 대형이고 피해 또한 엄청나다.  

사람들이 평생 모은 재산이 모두 날아갔다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괴테는 말했다. ‘내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나의 영혼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막힘없는 생각과 모든 호의적인 순간들 만이 나의 것이다.’


풀장에 가득 떨어진 낙엽을 채로 걷어올리며

큰 일을 당할 때마다  '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들' 이라고 되뇌면서도

그 시간만 지나면 또 아무 일 없었던 듯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망각 DNA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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