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코에 잠깐 들렀다. 의외로 사람이 많아 계산대 앞이 복잡하다. 두 여자가 수다를 떨고 있어서 그 뒤에 섰다.

그런데 암만 기다려도 줄이 줄어들지를 않았다. 기분이 이상해서 물었다.

너희들 줄을 선거니?

두 여자가 화들작 놀라며 물러선다.

노. 노.

그러고 보니 두 여자의 카트 앞에는 텅텅 비었다. 내가 엉뚱한 줄에 서 있었다.

멍청하고 주의력 없는 내게 '이그그' 한 방 쥐어 박았다.

이 더운 날 대체 뭐하고 있은거야!! 

 

포세이돈 어드벤처 영화가 생각났다.

호화 여객선이 산처럼 높은 파도를 넘지 못하고 그만 뒤집어져 버렸다.

배의 천정이 바닥이 되고 바닥이 천정이 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살기 위해 아우성이었다.

주일날 예배를 인도하던 목사도

승무원을 지휘하고 승객을 돌보던 선장도

배멀미와 질병으로 고통하던 승객을 치료해 주던 의사도

나름의 판단을 하며 사람들을 이끌었다.

 

목사는 배에서 가장 얇은 곳을 찾아서 그걸 뚫고 바깥으로 나가야한다는 결정을 했다.

배에서 가장 얇은 곳은 기관실이었다.

목사는 사람들과 함께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보기에는 무모한 길이었지만 생명길은 여기라며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다.

한 무리는 단호한 선장을 따라가다가 물에 휩쓸려죽고

또 한무리는 의사를 따라가다가 죽었다.

누구를 따라가야 살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로 우왕좌왕하다가

그 많은 사람들 중 오직 여덟명만 목사를 따랐다.  

힘든 난관을 만날 때마다 그에게 항의하고 불평을 하면서도 믿음을 갖고 그를 따랐다.

결국은 그 중 목사를 포함한 세 사람이 더 죽고 여섯명이 살아서 헬리콥터로 구조가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줄을 잘 서야한다고 말한다.

출세를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 부를 위해서. 허명을 위해서.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생명의 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내가 잠깐 줄을 잘못 서서 허비한 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