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동창회에서 캐나다 골프 여행을 간다고 했다. 부부동반이라고 애원(?)하는 남편을 끝까지 뿌리치고 혼자 남았다.

그가 즐기는 휴가를 나도 홀가분하게.  아침, 저녁 걱정없이 정말로 휑한 시간을 혼자서 즐기고 싶었다.

이제 우리집의 모든 그릇은 제자리에 얌전히 들어앉았고

싱크대는 물기없이 보송송 말랐다.

부엌에는 오직 향긋한 커피냄새만 피어오른다.

아침 저녁 맛있는 것 사다 나르면서 왼종일 컴퓨터에 앉아서 글 쓰고

소파에 벌렁 드러누워서 책 읽어야지. 음악도 실컷 들어야지.

아무도 안 부를거야. 아무도 안 만날거야. 오직 나혼자서만 놀거야.

온전한 나만의 호젓한 날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웬걸.

동네방네 혼자라고 소문이 나고나니 오히려 더 바빠졌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점심, 내일 저녁까지 이미 예약이 되었다.

음식도 홍수다.

 

아침에도 딩동 소리에 나가서 아침, 점심, 간식 배달을 받았다.

좋은 친구들. 나는 정말 행복하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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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먹으라는 아침, 점심,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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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 찾아 돌려주어야 할 그릇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