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세 시간이나 잤다.  근 3주간의 중노동에 몸이 많이 지쳤나보다.

대낮에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는 날은 반드시 내가 아픈 날이다. 그런 날은 몸이 요구하는대로 무조건 푹 자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입술이 트고 혓바늘이 돋고 몸살로 며칠 고생을 해야한다. 

내일 교회에 큰 행사가 있기에 더더욱 몸을 아끼고 추스렸다.

 

오늘 미주문협 여름캠프에도 못가고 경희사이버 김종회 교수님과의 만남 자리에도 못 갔다.

사람들은 여전히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 즐기는데

그 영역에 끼지 못하고 뒤에서 이렁저렁 시간을 흘린다.

평범하고 무의미한 것 같은 시간도 이렇게 강제로 담보 잡히고 보니 아쉽다.

 

오후에는 남편과 함께 세차를 하러갔다.

새로 생긴 세차장이라 깨끗하고 서비스가 좋다.

늘 전문 세차장에 맡기던 것을 우리가 직접 닦기로 하고 들른 것이 오늘로 두 번째다.

남편이 내 차를 몰고 세차 기계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 내가  물기를 닦고 베큠을 한다. 그 사이에 남편은 또 자기의 차를 몰고 기계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그러고는 깨끗해진 각자의 차를 몰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근처의 인 앤 아웃 햄버거 집으로 간다.

격주마다 이렇게 차를 닦고 오는 길에 치즈버그를 먹자며,  또 하나의 추억 쌓기를 하자며 히히덕 거린다.

옛날에는 전혀 의미없이 하던 일도 이제는 의미가 주어진다.

먼 훗날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이 시간도 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겠지.

나도 남편도 확실히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