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집에서 뒹굴었다. 

만나야 할 사람도 있고 

다독거려주어야 할 사람도 있건만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 종일 책 한 권을 들고 

소파에서 뒹굴다가 뒹굴다가.

그것도 싫어서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샤핑몰을 뒤졌다. 

사고 싶은 옷을 클릭하고

보기 좋은 장식품을 클릭하고

클릭 클릭 백화점 한바퀴 휙 돈 양만큼 물건을 샀다. 


장농에 꽉 찬 옷을 생각했다. 

모두다 버려야지. 입지도 않을 것 꾸역꾸역 챙겨놓고 언제까지 이렇게 무겁게

장농을 모시고 있어야 하나. 

모두 버리고 새 것으로 채워야지.

요새 유행하는 산뜻한 새 옷을 입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장식품으로 집을 꾸며야지.


내 맘 속에 그득한  기억도 모두 버려야지.

몇 년 전. 몇 달 전. 구질구질한 기억. 모두 버려아지. 잊어야지. 

버리고 버리고.  

신선하고 기분 좋은 것으로 다시 채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