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 꿀벌 한마리가 빠졌다. 
허우적거리는 녀석을 신발에 담아 건져올려 주었다. 
밖으로 내어주면 탈탈 몸을 털고 날아갈 줄 알았는데 웬걸 옆걸음으로 비실비실이다. 
앞으로 똑바로 걸어가기만 하면 풀밭인데 도로 풀장 쪽으로 기어간다. 혹시 자살하려는 것을 내가 건진건가? 
손으로 만지기는 징그럽고 그렇다고 모른척 집안으로 들어가 버리기엔 가엾고. 
할수없이 신발로 툭 쳐서 바깥으로 밀어내었다. 
그 여린 몸이 부서질 것 같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데 이 녀석. 내 마음도 모르고 한바퀴 뒹굴고는 몸의 균형을 잡더니 또 풀장쪽으로 기어간다. 아이구. 이 바보. 또 살짝 밀었다. 시멘트 바닥에서 또 한바퀴를 구른다. 내 신발이 녀석에겐 집채만큼 클텐데. 받힌 곳이 얼마나 아플까. 타박상이라도 입지 않았을까. 걱정은 되지만 물 속에 도로 빠지게 둘 수는 없는 일. 아무리 힘든 시련일지라도 죽는 거보다는 나으리라.
혹독한 몇 번의 뒤집힘 후 드디어 풀밭 쪽으로 고개를 세우고 걸어간다. 휴우.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기적어기적 기어가는 녀석이 대견스럽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이럴까. 
꿀벌 한마리가 영력이 센 어느 목사님보다 더 깊은 설교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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