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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안마당(courtyard)에 신기한 일이 생겼다. 

현관앞에 걸어둔 스킨다비스 줄기에 손바닥에 쏘옥 들어갈 만큼 작은 지푸라기 덩어리가 달려 있었다. 뭔가 하고 들여다 보니 안에 애벌레 두 마리가 꼬무락거렸다. 남편은 진작 보았지만 내가 보면 징그럽다고 할까봐 말을 안했다고 했다. 새집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때면 어미 새가 날아와 둥지 입구에 앉아서 밤새 새끼들을 덮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 사진은 못 찍었다. 어미새가 위협을 느낄까봐) 
어미새는 낮에는 먹이를 물고와 차례차례 새끼 입에 넣어주고 또 어디론가 날아가고. 밤이면 찾아와 새끼를 품어주었다. 정말 찡한 모정이었다. 잎파리마다 새까만 똥을 싸두는데 그건 아마 어미의 체취를 남겨 새끼들의 두려움을 배려해주는 것 같았다. 
한 주 한 주 가면서 새끼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새 둥지를 꽉 채웠다. 그러고는 둥지가 작은 듯 나와 앉아 있더니. 아, 그만 날아가 버렸다. 지금은 텅 빈 둥지만 남았다. 너무 아쉬워서 차마 떼어내지 못하겠다. 아무런 교감도 없는 동물과의 헤어짐도 이리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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