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배 헬레나

내 유년 시절 아련한 기억의 배경에 이 시가 걸려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이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리니.

 

어느 웹사이트에서 우연히 이 시를 다시 접하니 감회가 새롭다. 이 시를 읽자니 내 고향 신작로사 떠오른다.  거기 갈래 머리 땋은 여섯 살 소녀가 있다. 세상은 미지에 차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이제 막 글자를 깨친 소녀는 상가의 간판이며 벽보 같은 것을 읽을 수 있으니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내가 처음 이 시를 대면한 것은 어느 미장원이었던가, 아는 언니 집에 놀러가서였던가? 아, 기억이 가물거린다. 물레방아 도는 풍경과 함께 한껏 멋 부려 써 내린 이 시가 액자에 걸려 한 줄 햇살을 받고 있던 모습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돈 벌러 서울 가시고 나는 언제나 외로운 아이였다. 그래서 근원적인 슬픔이 있었다. 엄마 얼굴이 보고 싶었고 엄마 아빠와 양손 잡고 으시대며 거리를 걷고 싶었다. 동네 아이들과 골목에서 놀고 있다가 저녁 시간이 되면 엄마들이 하나 둘 대문을 열고 나와 자기 아이 이름을 불러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 너무도 부러웠다. 

세월에 휩쓸려 살아오는 동안 이 시를 가끔 되뇌곤 했다. 그러면 좀 위로가 되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이 시는 어린 나에게 명상이 무엇인지, 관조가 무엇인지 혹은 기다림이 무엇이지 가르쳐준 내 인생의 첫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