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수, 금. 일주일에 사흘은 새벽의 공원을 걷는다. 맑은 공기와 상쾌한 바람. 촉촉한 풀잎의 감촉. 친구들의 웃음소리. 그렇게 기분 좋은 하루를 연다.
오늘도 한 시간을 걷고 내리막을 내려오는데 멀리서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밀고 있다.
휠체어 앞에 서서 젊은 여자가 천천히 뒷걸음으로 걷는다. 쿨렁거리는 할아버지 보폭에 맞추어 뒷짐을 지고 여유롭게 걷는 여자. 딸인가 보다. 마치 어린 아기를 얼리는 엄마 같은 인자함이다. 느린 음악에 맞추어서 움직이는 듯 리듬감까지 느껴진다.
물기가 모두 빠져버린 수세미처럼 숭숭 구멍 뚫린 육신. 휠체어 손잡이에 온 몸을 의지한 채
할아버지는 먼 옛날 가슴에 안고 만지작 거렸을 딸의 발. 그 발만 보고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