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시작으로 많은 수필의 열매가 맺히길 / 성민희

 

 며칠 전에 축사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리나 선생님이 첫 수필집을 상재한다는 소식이었다. 아끼는 사람이 기다리던 아기를 출산한 듯 반갑고 뿌듯했다. 자녀가 어려서 저녁 외출이 힘들다며 월례회 참석도 어렵던 사람이 언제 이렇게 준비를 했을까. 협회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곤 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따뜻한 세상을 펼쳤을까 기대가 된다.

 

 <재미수필> 출판 기념회에서 신인상 수상자로 인사를 하던 얼굴이 생각난다. 소녀처럼 수줍은 말씨와 깊은 눈빛은 나의 마음을 벌떡 일어서게 했다. 이민 1.5세로서 한글로 글을 쓰는 것도 놀랍고 드문 일인데 선생님의 응모작 산다는 것은은 심사위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잠들지 않는 한밤의 경매 사이트에서 알 수 없는 경쟁심 때문에 쓸모도 없는 물건을 구입하고는 이기고도 씁쓸한 기분이라는 고백, 시골 할머니댁에서 자신은 옻이 올라 고생인데 동네 아저씨는 옻나무를 발견한 횡재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나의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는 행운이 되기도 하는이것, 한국에서 인기인 유머가 내게는 전혀 감흥이 없다는 서로 다른 두 문화의 불협화음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 이런 것이 사람이 산다는 것인가하며 그녀는 반문 했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 안 되는 삶이지만, 이 또한 지나갈 일이고 하늘에 적을 둔 사람들로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자기 정화로 마무리를 한 글은 지금 다시 읽어봐도 마음이 젖는다.

 

 이처럼 이리나 선생님의 글은 감각적 체험을 통한 경험을 긍정적인 사유로 풀어내었기에 명쾌한 공감을 끌어내는 힘이 있다. 그 사유의 바탕에는 신앙심 또한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결론은 항상 맑고 희망적이다. 읽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 감정을 정화시키는 치유력이 있다.

 

이리나 선생님은 앞으로 우리 협회는 물론 미주문단을 짊어지고 나갈 꿈나무다. 한인 고유의 정()의 문화와 미국인의 합리적인 문화를 고루 갖춘 문인으로서 두 문화의 충돌과 합일이 적절히 녹아내린 글을 교술할 수 있는 특별한 수필가다. 이민 1세 문인들은 겉돌 수밖에 없는 미 주류사회의 흥미로운 경험을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미주 뿐 아니라 본국의 독자에게도 독특한 감응을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우리 미주 문단의 보배다.

 

 선생님이 등단한 지도 벌써 8년이 지났다. 이제는 신인이 아니라 기성 작가의 반열에 섰다. 첫 수필집까지 상재했으니 글에 대한 애착과 성실성은 이미 증명한 셈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수필의 의미와 정의는 많이 달라졌다, 모바일 시대의 글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필을 쓰고 읽는 환경도 바뀌었다. 스마트 폰이나 아이폰 등 디지털 매체의 확산으로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은 사람의 수필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러한 시대에 잘 적응하며 수필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젊은 세대가 필요한 요즈음, 이리나 선생님의 활약은 정말 눈부실 것이다.

 

 ‘이라는 말은 설레고 조심스럽다. 한편 완공된 고속도로 입구에 들어선 자동차를 보는 느낌이다. 의젓하게 들어선 차는 뒤로는 갈 수 없고 앞으로만 쭉쭉 뻗어갈 일이다. 그 고속도로를 선생님은 수필이라는 근사한 스포츠카를 타고 마구 달려가리라 상상해본다. 그 차 속에는 달작지근한 봄의 냄새도 있고 바람에 실려 온 꽃잎도 있을 것이다. 그것에서 풍겨나오는 향기는 함께 달리는 주위의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다시한번 이리나 선생님의 첫 수필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많은 수필의 열매가 맺히기를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