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근 반년이 넘게 게으름을 피우다가 컴퓨터에 앉아 자판기를 두드린다.
스마트 폰만으로도 이메일 첵엎을 하고 필요한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 있으니 굳이 데스크탑에 들어올 일도 없었다고 핑계를 대어보지만 사실은 골프 때문이다.
원래 운동 신경이 둔해 입학시험 때마다 기본 점수 3점을 겨우 받고 들어간 처지에다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나이가 들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게커다란 숙제로 남아있었다.
어찌어찌하여 골프에 입문하여 보니 이것이야말로 내가 할 만한 운동이라 여겨졌다. 숨이 헐떡거릴만큼 애를 쓰지 않아도 되고 편안히 카트에 앉아 푸른 잔디를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밀고 나가지 못하는 내 성미에도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변함없이 즐기는 운동으로 남아있다. 즐긴다기 보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하는 외출쯤이라고나 할까.
스코어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으니 더욱 편안한 운동으로. ^^*
러던 것이 코로나 시기를 지나가며 이것은 운동이 아니라 내 생활이 되어버렸다. 갈 데도 없고 사람 만날 수도 없으니 널널한 시간을 미련없이 쏟아부을 수 있었다.
매일 뛰어나가 휘익 돌고 들어오면 한 나절은 훌쩍 자나가고. 다른 것은 돌아볼 마음도 생각도 여유도 없었다. 글쓰기도 책 읽기도 모두 먼 세상이 되어버릴 만큼 몰두하는.
그런 세월(?)이 엔간히 길었나보다. 두런두런 새싹을 피우는 정원의 꽃나무를 보니 어? 또 봄이네? 싶다. 내가 뭘 하든 간에 상관없이 계절은 바뀌고 세월은 간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되는데. 그동안 내가 어찌 되었나봐. ㅠㅠ
오늘은 서재 정리를 하고 뒷마당에서 릴리 한 송이 꺾어와 책상 위에 올렸다.
반갑네요. 성민희 선생님, 정말 오랫만입니다. 싱싱한 릴리를 보니 봄이네요. 그림같은 집의 분위기도 느껴져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