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딸 샤론이는 내가 주워 온 많은 것들을 내다 버렸다.

예쁘게 곡선이 져 있는 침대의 상부 프레임, 아이들 침대 상부와 하부 프레임, 아는 분이 주신 여러 화초와 화분들 몽땅.

침대 프레임은 나무 덱을 만들 때 써 보려고 여러 해 전에 주워 온 것이었지만, 제대로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샤론이가 커브사이드에 버리는 걸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오늘 오후 샤론이는 한창 일에 바쁜 나에게 다가왔다.

"아빠, 나 좀 도와 줄 수 있어?"

"뭘?"

"나무 픽업하러 가야해."

"무슨 나무?"

누군가가 가구나 기타 집안 물품을 버리기 전에 필요한 사람은 그냥 가져가라고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는데, 마당에서 자른 나무 등걸을 올렸다고 그걸 픽업하겠다 했다. 조금 다듬어서 의자나 데코레이션으로 해 보려고 한단다.

바쁜 일을 접어 두고 밴을 몰고 함께 픽업을 갔다.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굵직한 나무 등걸 여러개가 공사용 쓰레기 수거용 컨테이너 옆에 놓여 있었다.

밴에 싣고 있는 동안 주인이 잠시 나오더니 싣는 걸 도와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시동을 거는데, 나무를 내다 놓은 집 바로 두 집 건너 길가 잔디밭에 수납장 하나가 보였다.

"아빠, 저거 한 번 보고 갈 수 있어?"


나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수납장 앞에 차를 세웠다.

샤론이가 얼른 차에서 내려 살펴보더니 괜찮아 보인다고 신호를 보낸다.

둘이서 함께 조금 전에 실은 나무를 한 쪽으로 치우고 수납장을 실었다.


"사론아, 넌 내가 뭘 주워 올 때는 뭐라 그러더니 너도 뭘 주워오네!" 놀리 듯 내가 말했다.

"아빠가 주워오는 건 별로 좋지도 않고 이상한 것만 주워왔잖아. 내가 픽업하는 건 디자인도 괜찮고 다 좋아보이는 것들이야."

"근데 아빠는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보지 않고 어떻게 주워왔어?" 샤론이가 궁금한지 묻는다.

"응, 그게, 어디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우연히 길가에 내 놓은 걸 보게 되면, 그게 내가 써 볼 만한 아이템이라 생각되면 기억해 두었다가, 그 날 밤 9시에 픽업갔지. 낮에는 왠지 부끄럽더라고..... " 겸연쩍게 나는 말했다.

"그런데 어떤 밤은 그 곳에 가면 그게 없다! 그럴 땐 조금 후회가 되기도 했지, 봤을 때 바로 픽업했어야 했는데라고."


내가 뭔가를 주워 오곤 했을 때도, 뭐 그리 오래된 얘기도 아니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면 서로 필요한 걸 주고 나누는 사이트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샤론이가 찾아 보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건을 나누는 사람들은 참 사려깊으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이라 여겨져 경외감이 든다.


세련되게 필요한 것 공짜로 주워오는(?) 샤론이가 기특하기도 하지만, 지가 얻어 오는 것은 좋은거고 내가 주워 오는 것은 별로라고 버려버리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자세에는 은근히 꽤심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