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호 운동가이며 요세미티, 세코이아 국립공원 지정에 공이 큰 존 뮤어(John Muir)의 저서 ‘자연과 함께한 인생’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숲속으로 가라. 그곳에 진정한 휴식과 안락이 있다. 깊고 푸른 숲 속만큼 평온함을 선사해 주는 곳도 없다.’
올여름 8월경에 존 뮤어 트레일(Trail) 2번째 구간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고산에서 적응 훈련을 위해 남편과 함께 샌버나디노카운티 산맥으로 여러 번 다녀왔다. 남가주에는 최고봉 샌골고니오 산(1만1503피트)을 비롯해 1만 피트 이상 되는 고봉이 많다. 그곳은 아직 눈 덮인 겨울 왕국이었다.
5년 전 첫 번째로 존 뮤어 트레일에 입산했다. 시작을 앞두고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잠을 설치기도 했다. LA 근교 볼디 산에서 꾸준히 백패킹 훈련을 했는데 그런 중에 산악인 김석두 선생님 부부를 만났다. 미국 최고봉 마운틴 휘트니(1만4508피트)를 칠십 중반에 등정한 분이다. 신문에서 두 분의 기사를 읽고 감동받았던 터라 반가움에 손을 덥석 잡았다. 그분은 볼디산은 백두산보다 높은 고산이며 난도가 최고조에 속하지만 꾸준히 오르기만 하면 해낼 수 있다고 하며 큰 용기를 주셨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석두 선생님은 ‘볼디 사랑 샘 김’으로 타인종에게도 유명한 분이셨다. 등에 짊어진 배낭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매달고 다니며 코리아의 위상을 알리는 일에도 정열을 쏟았다.
축구 열기가 한창이었을 때는 김 선생님이 “대한민국!”을 외치면 오가는 등산객들이 ‘짜자 짝! 짝! 짝!’ 손뼉을 쳤던 기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분의 말에 용기백배해 휘트니 등정과 존 뮤어 트레일 첫 구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두 번째 구간은 남편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두 번째라서 그런지 등에 짊어지고 갈 배낭 사이즈가 그다지 겁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의 짐까지 홀가분하여 날아갈 듯 기쁘다. 남은 날 동안 백패킹 훈련에 집중해야겠다. 칫솔을 반 토막으로 자른들 얼마나 무게가 줄어들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한 개의 무게를 알면 다른 것들이 연속적으로 눈대중으로 파악이 된다. 가져가야 할 품목들을 꼼꼼히 살펴서 몸과 마음이 짓눌리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려한다.
멀리서 보는 산봉우리는 아름답게 보일지라도 속살은 거칠기 그지없다. 거친 들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내가 그 자연 속에 스며들어 있다. 구름이 되어 바람이 되어 가다가 심신이 지쳐갈 때면 맑은 호수에 몸을 담그고 하늘을 우러러보리라. 물속에 비치는 산들은 두 팔을 벌리며 큰 가슴을 열어 나를 포근히 안아 줄 것이다. 마침내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신비로운 자연의 한 모퉁이를 돌고 돌아서는 나를 발견하리라.
눈에 보이는 trail, 정복하는 큰 기쁨
보이지 않는 영적 trail 정복
그 기억
산같은 기쁨!
그대에 임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