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주홍글씨, 확진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아직 치료제가 없어 무섭다. 머지않아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돌아갈 날을 고대한다. 그래도 전처럼 마음 놓고 사람을 대하기가 힘들 듯하다. 감염 확산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재차 감염의 폭풍이 올 것이라는 예상에 더욱더 움츠러들게 된다. 올가을이나 겨울에 지구 인류 전체의 약 60% 정도가 감염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몸에만 퍼지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병들게 한다. 초반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다고 하자 동양인을 거부하는 현상이 불었다. 드러내 놓고 인종차별을 해 아무 이유 없이 무차별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공공장소에서 입장을 거부당했다. 그 위협이 얼마나 심한지 총을 사려는 중국인들이 총포상 앞에 줄을 섰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번져서 그 시작이 어디인가가 무색할 정도라 특정 인종에게 죄를 물려는 현상이 줄어들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급해 매일 전해지는 지역의 확진자 숫자와 사망자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며칠 전 친구의 소식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검사를 받았는데 확진자 판정을 받아 집에서 자가격리 중이라고 했다. 누구보다도 예방을 열심히 해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를 잘 지켰는데 어디에서 어떻게 감염이 됐는지 알 수가 없단다. 평소 알레르기가 있어 목이 따끔거렸지만, 심하지 않았다. 그래도 매일 뉴스를 들으며 혹시했는데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테스트 센터에서 검사를 받았다. 차 안에서 창문을 열 수가 없어 땀이 범벅이 되며 세 시간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검사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천국과 지옥을 들락거렸다며 울먹였다. 파지티브(Positive)라는 결과에 긍정적이라니 감염되지 않았다는 말인 줄로 착각했단다. 이어지는 지시사항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백지처럼 하얘졌다니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 됐다.

그녀는 바이러스보다 사람의 눈이 더 무섭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의 동선을 되짚어 보며 만난 사람들을 손가락으로 꼽아도 보았다. 혹시 이웃이나 지인들이 알면 좀 더 조심했다면 코로나 19에 감염되지 않았을 텐데라는 눈총을 줄까봐, 또 앞으로 자신을 피하지 않을까 두려워 알리기에 겁났단다. 자책도 했단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어 억울하기도 하리라. 검사만 받아도 죄인처럼 낙인이 찍히는데 앞으로 그녀를 따라다닐 확진자라는 다른 이름에 주눅이 들어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한숨이 담긴 넋두리에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아픈 거는 받아들여야 하지만, 타인에게 감염이 되거나 그로인해 격리됐다고 하는 소리를 들을까 봐 이제 사회와는 담을 쌓고 지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어떤 위로를 해 주어야 할지 난감했다. 가끔 단체 카톡 방에 어느 곳에 확진자가 나왔으니 그 근처에 가지 말라는 메시지가 뜨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스스로 알아서 피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했다.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 고통과 싸우고 있는데 완치 후에도 확진 판결이 트라우마로 작용해 위축된 생활을 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감기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죽음을 불러들인 듯 과민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죄인 아닌 죄인이 된 친구는 나일 수도 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주민들의 95%가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감염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거나 초기 증세는 감기와 비슷하니까 검사를 받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고 위험인물로 낙인찍어 피하기보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위로와 관심이 필요하다.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에서는 헤스터가 죄인으로 낙인찍혀 평생을 'A'를 붙이고 살아갔다.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수군거림을 받지만, 주위의 반응에 주눅 들지 않고 노력해 천사(Angel)와 유능(Able) 변화시켰다는 내용이다. 그녀는 자신을 지옥에서 천국으로 끌어 올렸다. 물론 경우도 다르고 입장의 차이도 있지만, 확진자라는 단어를 듣고는 낙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또 이어서 얼른 그녀가 생각났다. 찍힌 채 살아가는 것. 헤스터는 엄청난 죄를 짓고도 딛고 일어섰다. 세균에 감염된 사람은 자신의 잘못도, 책임질 일도 하지 않았는데 무엇이 두려울까. 죄가 아니다. 죄인은 더더욱 아니다. 우물 속에서 움츠러들지 말고 두레박으로 퍼 올려 완치됐다는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 확실하게 진단받고 자가격리를 통해 이겨냈으니 장하다는 위로를 받아야할 사람이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우울과 불통에 침잠된 이웃을 챙기자. 힘내자고, 우리 모두. 누구나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니 함께 사는 희망을 나누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