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죽음과 담배

                                          

아침에 일어난 남편이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손에 든다. 요즘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눈을 뜨면 뉴스를 먼저 확인한다. 남편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손에서 핸드폰이 뚝 떨어트렸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전에 다니던 직장의 남자직원이 마흔세 살인데 어제 세상을 떠났다고 문자 메세지가 들어 왔단다. 금요일 저녁에 숨을 못 쉬고 통증을 호소해서 응급실에 갔는데 이틀 만에 죽었다. 뉴스에서 숫자로만 접하며 남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지인이 그중 하나가 됐다니 허탈했다. 온종일 서로 전화가 오가며 젊은 나이에 간 그를 안타까워했다. 대부분 평소 담배와 후카(hookah, 물담배)를 즐겨 피워 폐가 약한 그가 바이러스를 당해낼 수 없었나보다고 애석해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사는 시아주버니가 걱정됐다. 아니, 간접흡연이 더 위험하다는데 겁이 났다. 시아주버니는 담배를 밖에서만 피우더니 언제부터인지 슬금슬금 자신의 방에서 담배를 피운다. 작년의 일이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집을 뒤흔드는 소리에 놀라서 잠이 깼다. 복도 천장에 붙은 스모그 알람이 부르르 떨며 비명을 질렀다. 남편이 서둘러 작동을 멈추게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는지 의자에 올라서서 건전지를 빼냈다. 집안을 둘러보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 또 시아주버니가 방에서 담배를 피워 그 연기가 문을 넘어 복도로 새어 나왔나 보다. 벌써 세 번째로 아예 경보기를 떼어냈다. 집안에서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보내니 답답하다. 집안에 항상 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기에 오전 내내 창문을 열어 환기에 신경을 쓴다.

  연초에는 옆집에 사는 친구 로울데스때문에 반강제로 후카(hookah, 물담배)를 펴 봤다. 일요일 저녁 놀러 갔는데 부부가 늘씬하고 색색으로 칠해진 호리병을 가운데 놓고 앉았다. 화려한 문양의 유리병 안에 물이 부글부글 끓었고 긴 호스가 달렸는데 그 끝에 파이프를 연결해 연기를 빨아들였다. 숨을 내쉬니 향기를 머금은 연기가 구석구석을 채웠다. 담뱃잎을 가열해 나온 기체를 물에 통과시킨 후 여기에서 나온 연기를 호스로 들이마시는 방식이다. 담배를 피워 본 적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내 입에 파이프를 반강제로 물리며 담배가 아니니 빨아들이라고 했다. 헛기침 몇 번에 연기가 목으로 넘어갔는데 딸기 향이 훅 올라오며 머리가 아팠다. 그 후 며칠 숨 쉴 때마다 향이 올라와 고생했다. 향기가 나는 물질을 추가해 담배의 맛과 향을 좋게 하거나 자극이 덜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여성과 청소년에게 담배지만 니코틴은 없다는 모순적인 말로 유혹한다. 가향 담배는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광고하지만, 그 유해성을 알리며 학교에서 금지하고 있다. 이름만 바꾸었지 담배는 담배다.

   

흡연은 개인의 취향이자 권리이니 잘잘못을 제 삼자가 따질 수 없다. 내 돈으로, 내가 좋아해서 피우는데 뭐가 문제냐면 더더욱 할 말이 없지만, 그 옆에는 간접으로 강제적 흡연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 더구나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데 함께 사는 사람의 건강을 생각해서 집 안에서는 안 피웠으면 좋겠다. 젊은 나이에 사망한 지인의 소식을 전하면 시아주머니도 겁을 먹지 않을까. 이참에 담배를 끊는다면 그나마 코로나바이러스로 외출을 삼가며 갇혀 지내는 시간에 보상받는 기분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