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이었다.
청동오리 두 마리가 우리 집 풀장에 내려왔다.
두 마리가 나란히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다정한 대화라도 나누는 듯 천천히 헤엄쳐 가더니 몰을 돌려 다시 이쪽 끝으로 돌렸다. 도로 돌아올 요량이었다.
나란히 보조를 맞추어 오더니 갑자기 수컷은 마치 실력 자랑이라도 하는듯 암컷을 뒤에 둔 채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부지런히 뒤따라 오던 암컷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 자리에 서 버렸다.
앞만 보고 달리던 수컷이 둔턱에 올라서서 몸을 돌리고 난 후에야 암컷이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컷도 잠시 멈칫 하더니 다시 몸을 물에 띄워 암컷에게로 갔다.
가까이 다가간 수컷이 (이제부터는 남편이라고 부를란다. ) 아내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가까이 하고는 뭐라뭐라 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둘이서 둔턱에 올라섰나 싶더니 아내가 고개를 훽 다른 쪽으로 돌리고는 남편을 외면했다.
남편은 아내의 돌린 고개 쪽으로 아장아장 걸어가서는 다시 얼굴을 갖다대었다. 그러자 아내는 또 다른 쪽으로 고개를 훽. (마치 내가 소설을 쓰고 있는 느낌이지만 사실이다. 비데오 찍을 생각도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있은 나를 쥐어박고 싶다. ㅠㅠ)
몇 번을 그러나 싶더니 아내가 후르륵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고 남편도 이내 뒤따라 날아갔다.
내가 사람을 보았나 싶을 정도로 서로의 감정이 느껴졌다. 저 남편은 틀림없이 겡상도 남편일거야. 전혀 아내를 배려할 줄 모르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며칠이 지났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남편 혼자 풀장에 날아왔다. 그러고는 둘이서 서 있던 둔턱에 앉아서 한참을 있더니 날아갔다.
그러고는 오늘... 비를 맞으며 또 남편이 찾아왔다. 혼자서 풀장 위에 내려앉아 한참을 떠날 줄 모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둘이는 드디어 이혼을 했나보다 . 그러기에 있을 때 잘 할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