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
지난해 마우위 섬으로 여행스케줄을 잡았다가 태풍으로  연기된 항공권으로 호눌루루로 떠나는 날이다. 다행히  흐리고 싸늘한 날씨지만 이따금 햇님이 하늘의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미시니  한결 마음이 푸근해 진다. 팔순에 가까운 시니어 가족 7명은 행복을 찾아 하와이 여행을 잘 다녀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앉고  푸른 하늘을 나른다. 나이 80세에 걷기도 힘든데 하늘을 나른다. 멋있는 말이다. 일행은 어느새  푸른 하늘과 투명한 바다의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푸른  바다위로 목화솜 같은 하연 뭉게 구름은 바다위에  떠있고 주변의 파도소리는 아름다운 경치를 만킥 하는데 더욱 매력에 빠저들게한다. 이곳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붉게 물드는 노을과 일몰을 바라보는 순간 모든것을 버리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시니어들의 여행이 그리 쉬운일은 아니라는 걸 예상했지만  출발부터 우버를 부르다 실패했다. 스마트폰에  우버 아이콘을 누르니 크래딛 카드가 액티베이트  앞데이드가 안되었다고 계속 미안하다는 문자만 뜬다. 연장된 카드를 받아놓고 은행에 전화로 액티베이트를 안한 것이다. 은행에 전화를 걸어 액티베이트를 한후 다시 시도를 했으나 역시 미안하다는 문자만 나온다.  출발시간은 닥아오고 싸늘한 바람이 불어 오면서  옷이 젖을 정도의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시간은 자꾸만 가고 밖에서 아내는  한기를 느끼며 조바심으로 기다리니 내마음도 바빠지기만 한다. 한시간 이상 스마트폰과 씨름을 하다 결국 실패하고 택시를 이용 비싼 요금을 주고 시간을 맞추어 간신히  공항으로 갈수밖에 없었다.       
불편한 몸으로 여행을 떠난다는것 자체가 모험 이지만 한편으로 해낼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하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먼 훗날을 생각하면 식구들이 모여 이렇게 여행을 한것도 크나큰  자랑이요 잊지못할 추억이  될것이다. 잠시라도  집을 떠나 객지에 나가 생활한다는 것이 고생 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 즐겁고 내가 사는 집이  참 좋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하며  나의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될것이다.  아무리 좋은 여행이라도 집을 떠나면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죽어가는 화초에 물도주고 , 반갑게 꼬리 흔드는 강아지도 보고 ,  따뜻한 국이 끓는 나의  집문을 열고 싶어진다.
오늘만은 억수같이  비가와도 억울하지 않다. 할일이 없어도 손해볼것없다. 출근도 안하고 병원도 가지않고 아내가 투석도 안하고  얼마나 행복한 하루인가. 파도소리 들으며 먼 바다 지평선만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내 인생이 겨울은 겨울인데 어디까지 왔을가. 화와이의 날씨도 세상인심 달라지듯 달라지는건가. 비가 왔다 끝첬다 해가 났다 어두웠다 종잡을수가 없다.  여행에는 아무 영향이 없어 다행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밥맛이 좋다. 오늘 저녁은 무었을 먹지. 베니녀석은  엄마에게  와이키키  마루카메 우동을  꼭 먹고 오라고 당부를 했다고 한다. 일행은 쿠이오 거리에 자리잡은 일본식 우동집 마루카메 우동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서 15분정도라 운동삼아 거리를 구경하며 걸었다. 일본의 유명한 체인점 우동집을  찾아라.  역시나 유명세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북적대며 기다린다. 시원하고 깔끔한 따끈한 국물맛에 입맛을 다시며 음식을 배식받아 먹기 시작했다. 맙소사 마누라는 짜다고 아우성이다. 짠거 좋아하는 나도 좀 짠것 같다. 뭐야 유명한 체인점이 따듯한 물 한잔도 안주어,  육수에 물도 석지 못한 채로   입맛을 돋구는 다양한 종류의 튀김에   맛있게 먹었다. 기갈이 감식이다. 
친구가 출석하는 크리스도  연합감리교회에서  친구내외와  함께 예배도 드리고 힐튼 빌리지에서 커피도 마시며 지난날을 더듬기도 했다. 지금은 문화재가된 하와이의 마지막 왕과 왕비가 살았던 이올라니 궁전도 들러 보았다. 한인기독교회도 방문했다. 1918년 이승만 박사의 지도로 30여명이 헌신적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설립된 독립적인 교회라고 한다. 주로 나라를 되찾으려는 소망으로 기도를 한 모양이다. 
노인들에는  바닷가 산책이 안성마춤 이다 .유산소 운동에는 걷는것이 최고다.모래사장을 밟아 본다. 쏴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장엄한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들려온다. 한평생 사노라면 수고와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때로는 기쁜일 웃을일도 파도처럼 밀려와 끊임없이 부딧친다.지금은 부딧칠 일도 없고 부딧칠 곳도 없다. 나에게는 소리없는 파도만 철썩 거릴 뿐이다.허지만 노여하지 말라. 다 그런거지 뭐 그런거야, 그러길레 미안 미안해 .처음만나 연애할때 상냥하던 그녀가, 자상하던 그 이가, 이렇게  저렇게도 변할줄이야 .
세상은 흘러가고 변하는 것이니  어찌하겠는가. 그러기에 인생은 무상하다고 하지 않았던가.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  쏫아지는 빗속에도 신문배달원은  3층 베란드를 향해 힘것  비닐에 싸여진  신문 봉지를 던진다. 홈박 비를 맞으며 삼층 베란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털며 조심스럽게  꺼낸다. 신문이 한군데도 젖지않고  깨꿋했다. 윌체어를 이용한 우리 시니어 여행도 빗속에 신문처럼  누군가가 잘 보호해  줄것이다. 하늘과 바다는 경계선이 없다. 바다를 안아보며 사랑을 안아본다.  마음이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