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여러 나라의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음식에는 민족적, 지역적 특색이 담겨 있기에 흥미롭다. 특히 한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작년 연말에 이웃인 헤스수의 집에서 그의 아들, 딸 조카와 함께 타말레스(Tamales)를 만들었다.
타말레스는 멕시코의 전통음식이다.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려서 주로 명절 때 만든다. 소고기와 닭고기는 삶아서 몰레 소스로 양념을 한다. 전날부터 물에 불려 놓은 옥수수 잎의 가운데에, 옥수수가루와 만테카라는 돼지기름으로 반죽한 마사(Masa)를 펴 바른다. 그 위에 양념한 고기나 치즈와 할라페뇨 고추를 넣고 잘 여미면 된다. 손바닥만 하게 만들어진 것을 찜통에 쪄서 먹고, 냉동시켜 보관한다. 먹을 때 옥수수 잎은 벗겨내고 옥수수떡에 쌓인 고기 또는 치즈와 고추를 먹는다. 씹으면 씹을수록 입 안 가득 고소하게 휘감기는 감칠맛과 양념한 고기의 매콤한 소스가 곁들여지며 입맛을 돋운다.
남편은 오래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멕시코로 정상 회담을 갔을 때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미국 대통령이 왔기에 온갖 정성을 들여 만찬을 열었다. 그런데 음식을 먹던 부시 대통령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담당자가 놀라서 그에게 달려갔다. 메뉴가 타말레스였는데 그가 껍질째 그냥 입에 넣은 것이다. 멕시코의 전통음식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느냐는 질타보다 뭐 이런 음식이 다 있어 하는 일그러진 표정이 캡처 되어 한동안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했다.
어릴 적 명절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와 송편을 만들던 때가 기억났다. 곱게 빚어야 시집가서 예쁜 딸 낳는다는 말에 정성들여 손을 움직였었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감추어진 누군가의 비화를 들썩거리기도 했다. 이웃이나 친지의 뒷말이 양념으로 가미되면 왜 그리 재밌던지. 손만큼이나 입도 바삐 움직이며 정을 나누던 그때가 떠오른다. 헤스수의 가족도 함께 음식을 만들며 나누는 사랑은 삶의 원천이고, 역사와 전통을 나누는 소중한 의식과도 같다.
세계가 1일 생활권이라고 부르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잦은 교류와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며 다른 문화를 쉽게 접한다. 특히 생활이 풍요해지면서 음식은 생존을 위한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서 벗어나 건강식의 유행을 타고 관심을 끌고 있다.
나라마다, 지역에 따라 특유의 맛뿐 아니라 일상의 모습과 사고방식이 담겨 있기에 먹는 것만으로도 소통을 이끌어낸다. 또 음식으로 민족의 역사와 전통이 이어진다. 미국에 살지만 설날에 떡국을 못 먹으면 새해를 맞지 못한 듯 허전하다.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그날만의 특별한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 의식 속에 깊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음식을, 함께 먹으니 상대를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고 친해져 한솥밥에 정이 생기는 것이다. 환경과 모습은 달라도 먹고 사는 방식은 비슷하다. 먹으며 정들고 서로의 삶을 알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