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미국판 복면가왕

이현숙 / 수필가
이현숙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8/12/2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12/19 18:27                                        
미국 주류 TV에 한류 바람이 분다. 얼마 전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더 굿 닥터'가 합격점을 받고 시즌 2를 마쳤다. 어느 모임이든 한두 명은 한국 연속극을 좋아한다는 여성을 만난다. 인터넷에서 영어나 스페인어 자막을 읽으며 보는데 경치와 배경음악 그리고 스토리가 아름답다며 한국인이 나를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처럼 반긴다.

미국판 '더 굿 닥터'는 드라마가 여성이 주 타깃이라는 편견을 깼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현지 정서와 여건을 가미함으로써 미국인의 흥미를 유발하고 관심을 끌었다. 언어와 배경이 낯설지 않고 내용도 재미있어서인지 여성뿐 아니라 남성 시청자와 넓은 연령대를 흡수했다. 물론 그 안에 삶과 죽음이라는 명제가 깔렸고 생명을 지키려 일분일초를 다투는 간절한 투쟁이 긴장을 끈을 조이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내년 1월 2일에 FOX 방송에서 미국판 복면가왕(THE MASKED SINGER)이 방영될 예정이다. 유튜브에 뜬 예고편이 벌써 100만 뷰를 넘었다. 이미 태국, 중국, 인도 등 해외 7개국에도 수출되어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이다. 진행은 만능 연예인인 닉 캐넌이, 판정단으로는 한국계 코미디 스타 켄 정, 배우 제니 매카시, 인기 그룹 푸시캣돌스의 리드 싱어 니콜 셰르징거 그리고 가수 로빈 시크다.

미국은 인종이 다양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꽁꽁 감추려 전신을 가린 복장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골든 라이언은 우아한 여왕의 포즈로 황금빛 카리스마를, 핑크빛이 도는 섹시한 푸들, 어둠을 불러오는 강렬한 날갯짓의 갈까마귀, 무지갯빛을 발하는 공작새 등 열두 캐릭터의 의상을 보는 재미가 색다를 것이다.

복면가왕은 가면을 쓰고 정체를 감춘 상태로 노래를 부르기에 편견을 내려놓고 들어야 한다. 몸짓, 손짓, 작은 움직임에도 집중하며 누구일까를 추리하느라 긴장하며 보게 된다, 가면을 벗는 순간에 정체가 밝혀지면서 상상외의 인물일 경우가 많아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반전의 재미가 있다. 더 많은 한국 드라마와 프로그램이 편견을 깨고 미국 방송에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아인슈타인이 '상식은 18세까지 후천적으로 얻은 편견의 집합'이라고 했다. 우리는 편견 속에 갇혀 살아간다. 한정된 경험과 정확하지 않은 근거에 의해 통상적으로 혹은 일반적이라는 가면을 쓰고 결정지어진 것을 당연시해 버린다.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어느새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때론 내가 아닌 타인이 정한 틀에 나를 맞추어, 보여주는 쇼 윈도 삶을 살아가느라 허덕이지 않았던가.

편견의 틀을 깨자.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몸으로 직접 경험하며 알아가도록 부지런히 움직이련다. 나에게 다른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지, 남이 보는 내가 아니라 진정한 나를 찾아야겠다. 주위의 인연들도 다시 돌아보자. 선입견이나 첫인상으로 굳어진 상대의 이미지를 깨고 내가 보는 그가 아니라, 그 사람을 그냥 받아들이는 연습도 필요할 것이다. 반전의 매력을 찾다 보면 사는 재미가 쏠쏠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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