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통신]작은 실천

일회용 컵·플라스틱 접시 사용 줄이고천가방으로 비닐봉지를 대신하자작은 일부터 실천하면 어렵지 않다

2018.08.02

이현숙
재미수필가

아침부터 골목이 부산스럽다. 
드르륵드르륵. 매주 목요일은 우리 동네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날이다. 
검은색은 일반 쓰레기통, 초록색은 잔디나 나무를 정리하며 나온 쓰레기를, 파란색은 재활용 할 수 있는 물건을 담게 되어 있다.
집마다 내놓은 쓰레기통이 길가에 줄을 선 것을 보며 저 많은 것들이 다 어디로 갈까 걱정됐다. 
남편은 옆집에서 종이 상자를 일반 쓰레기통에 쑤셔 넣은 것을 보고, 분리수거는 한국인에게 배워야지 미국사람은 아직 멀었다며 고개를 흔든다. 

작년 서울 방문 중에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화요일 저녁이면 일을 마치고 돌아온 형부는 발코니에 모아 놓은 쓰레기를 종이, 플라스틱, 유리병, 캔을 분류한 후 차곡차곡 담아 아파트 입구의 쓰레기 수거장소로 가져갔다.
버리는 물건이라고 하기 아까울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하는데 남편은 형부를 도우며 우리도 LA 집으로 돌아가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외출하려고 곱게 차려입은 언니가 냄새 나는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당연하다는 듯 들고나가 경비실 옆의 통에 버리는 모습은 낯설었다. 
야외 곳곳에 마련된 쓰레기통도 색으로 분류되어 일단 그 앞에 서면 어디에다 버려야 할지 잠시 생각하게 된다. 

LA 집으로 돌아온 후 헤프게 사용하고, 생각 없이 마구 버리던 생활이 바뀌었다.
자주 사용하던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접시 사용을 줄이고, 빈 병은 모아 재활용센터에 가져간다. 
큰 봉투에 가득 플라스틱병과 알루미늄 캔을 모아서 가져가면 10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아오지만 기분은 100달러를 번 것 같다. 
매일 한 뭉텅이로 들어오는 광고 전단지와 종이상자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재활용통에 넣고, 음식물은 음식물찌꺼기 처리기(garbage disposal)에 간다.
전에는 귀찮게 생각하던 천으로 만든 가방을 차에 항상 가지고 다녀 장을 볼 때마다 플라스틱 봉지의 사용을 줄이고 있다. 
작은 노력이지만 계속하다 보니 일반쓰레기통이 평소의 반으로 줄어들었고, 스스로 대단한 일을 해내는 기분이 든다.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앤다는 발표를 했고, 맥도날드도 영국과 아일랜드의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까짓 빨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 하루에 사용되는 일회용 빨대는 5억 개로 125대의 학교 버스를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봉지가 해양 생물에는 독과 같은 존재고, 그 미세한 조각이 공기에 섞여 우리의 인체에 흡수돼 병을 유발한다는 뉴스를 자주 듣는다.
가볍고 질긴 편리함 때문에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무심코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생산하는 데 5초, 쓰이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린다니 엄청나다.
어릴 적 내가 먹은 과자 봉지가 몇 대 후손의 손에 발견될 수도 있다는 말인데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영화 WALL-E(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지구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가 떠오른다. 
무분별한 자원 채취와 쓰레기의 양이 한계를 넘어서자 인간들은 오염된 지구를 떠나 우주선 엑시엄을 타고 그 안에서 산다. 
로봇들이 청소하는 동안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젖어든 생활에 움직임이 줄어들자 그들의 몸집은 점점 비대해진다. 
한 포기의 초록빛 식물이 보이면 지구로 돌아간다는 꿈을 갖고 지구를 그리워하며 살지만 그들의 손에는 여전히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들려져 있다.
몇백 년 동안 WALL-E가 압축한 정육각형의 쓰레기가 지구를 뒤덮으며 무수히 쌓여 뉴욕의 마천루처럼 고층을 이루는 모습이 나오는데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 서울에서만 하루에 덤프트럭 2만3천 대의 분량이 나온다니 그 엄청난 양을 어디에다 버릴 것인가. 땅이 넓은 미국도 쓰레기로 골치를 앓는다. 
일반 집에는 시에서 분류 할 수 있는 3개의 쓰레기통을 제공하지만, 아파트에 살면 대형의 쓰레기통이 주차장 한쪽에 놓여 있어서 분리수거 자체를 할 수가 없다.
미국도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을 위해 홍보나 교육이 필요하다.

요즘 코스트코 매장에 한국처럼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이 설치돼서 반가웠다.
온난화 현상으로 기후가 변하고 북극의 얼음이 녹으며 지구는 적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실생활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는 살 수 없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도 줄일 수는 있다.
차츰 분리수거와 재활용을 하며 환경에 대한 자각이 높아지니 다행이다.
작은 일부터 실천하니 어렵지 않았다. 
남편은 못 참겠는지 옆집의 쓰레기통에서 종이 상자를 꺼내서 재활용통에 넣고는 손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턴다. 
서울의 형부에게 교육을 잘 받은 결과다. 
이현숙
재미수필가

쓰레기.jpg

쓰레기통1.jpg